새들의 생존 방법 - 바람 부는 날에 집을 짓는다
새들의 생존 방법 - 바람 부는 날에 집을 짓는다
  • 승인 2018.01.24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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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때까치 수컷은 뱀을 사냥하게 되면 가시에 꽂아 말린다고 합니다. 죽은 뱀을 땅에 놓아두면 벌레가 달려들 뿐 아니라 쉽게 썩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서 있는 가시나무 이를테면 아카시나무 가시에 꽂아 먹이를 보관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암컷을 만나게 되면 그 먹이를 물어다 함께 나누어 먹는데, 만약 이 때 암컷이 함께 먹으면 청혼을 받아들인 것으로 간주하여 합방을 이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때까치 암컷은 사냥을 하지 않고 이처럼 사냥을 잘 하는 수컷을 찾아 교태를 부린다고 하니 이는 본능적인 생존 수단이 아닌가 합니다.

때까치의 천적은 매입니다. 때까치가 아무리 사냥을 잘 해도 매의 눈길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때까치가 택한 전략은 숲과 마을의 중간지대에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즉 사람들이 잘 나타나는 지역에 둥지를 틀고 여차하면 사람들에게로 날아올라 매가 날아오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새 사냥꾼들은 까치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고 가까이에 매가 있음을 알아챕니다. 그 순간 새 사냥꾼들은 가냘픈 때까치 보다 부피가 큰 매로 목표물을 바꾸게 됩니다. 이처럼 때까치는 생존을 위하여 또 다른 천적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낙엽이 진 뒤에 가지를 살펴보면 튼튼한 둥지가 잎 속에 가려져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록이 돋아날 무렵 몰래 집을 지었기 때문에 다른 포식자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새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다는 것은 그 둥지가 완성될 무렵에 맞추어 암컷이 알을 낳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물어다 줄 먹이가 많을 때를 맞추어 부화되도록 알을 품습니다.

따라서 집을 지을 때에는 아직도 차가운 바람이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집을 짓습니다.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여 가지를 걸치고 부드러운 깃털을 주워 모아 바닥에 깝니다. 그래야만 태풍이 와도 버티어낼 수 있는 집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새들은 이처럼 감각적인 생존 수단을 발휘하여 삶을 꾸려갑니다. 새들은 가슴을 긁히지 않고도 그물처럼 얽혀있는 숲 속을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곤 합니다. 부엉이 종류들은 캄캄한 밤중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특수한 구조의 눈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박쥐들은 조류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초음파를 이용하여 야간 비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수많은 박쥐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채 이리저리 날아도 그들은 결코 부딪치지 않습니다.

바다오리와 갈매기 등 수많은 바닷가의 새들은 소리로서 새끼를 찾습니다. 부화철이 되면 바닷가는 수많은 바다오리들이 웩웩거리는 소리로 가득 찹니다. 누구의 소리인지 사람들은 도저히 구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새끼오리들은 알속에서 이미 부모의 목소리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어미들은 새끼가 껍질을 깨고 나오는 순간 거듭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새끼들에게 각인시킵니다. 새끼를 부화시킨 갈매기나 오리들은 먹이를 구하러 잠시 바다로 날아갑니다. 그 동안 새끼들은 스스로 날아오르기 위한 날갯짓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어미가 먹이를 물고 돌아와 웩웩거리며 새끼를 찾으면 새끼들은 수많은 무리들 속에서 용하게도 어미의 목소리를 구분하고 달려옵니다.

새들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에 자각(磁覺)을 하나 더하여 모두 여섯 가지의 감각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합니다. 그들은 이 감각으로 대륙 간도 멀다 않고 이동하여 먹이와 보금자리를 구합니다.

이러한 새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도 자신이 가진 모든 감각으로 스스로의 앞날을 열어나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도 ‘항상 깨어있으라’고 가르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과연 어떠한 특별 감각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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