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인식(認識) 부재의 문제
문제 인식(認識) 부재의 문제
  • 승인 2018.01.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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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나는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부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럴 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문제가 없을 수 있는가. 어떻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에 대해 자족감에 이를 수 있었을까?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정말 어떤 문제도 없다면 고마운 일이다.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제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희망적인가. 소소한 문제를 늘 인지하고 날마다 반성하고 살아가는 필자의 경우에는 그의 생각과 행동들을 본을 삼아 학습하려고 노력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흔히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곤 한다. ‘나’는 똑바로 살려고 하는데 ‘세상’이 비뚤어져 있으니 어차피 나 혼자 문제없이 살아가기는 힘들다. 좋은 것이 좋은 거라고 어지간하면 세상과 타협하고 두루뭉술하게 사람들과 부딪히지 말고 ‘적당히’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다. 인생이니까 그런 거라고 말이다.

제천 화재 참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도 수많은 생명들이 화마(火魔)에 희생이 되었다. 얼마나 더 많은 사망자들이 발생할지 예측조차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리도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타 지역의 대형 화재사건이 발생하면 건물관계자든 누구든 할 것 없이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대비하고 조심해야겠다는 인식조차 아쉽다. 이번 사고는 1층 응급실에서 발생되었다. 스프링클러 미설치 등등의 화재원인과는 별개로 안전장치에 대한 지적들이 나왔다. 화재진압 시간으로 미루어볼 때 결코 늑장도 아니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은 각종 유해가스가 유출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흔히 불이 나면 제일 먼저 뛰어 나가면 살 것 같고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비상계단을 통해서 피하면 살아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면 그럴 겨를이 없다. 당장 숨을 쉴 수가 없고, 의식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순식간에 쓰러지고 만다. 게다가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병원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화재에 대한 사전에 대비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인재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천재지변이 아니면 모두 인재다. 하늘과 땅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그 외에 인간이 만든 모든 건축물과 그 외의 구조물들은 얼마든지 예방과 훈련을 통해서 막을 수 있는 부분이다. 설사 그곳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가슴 아픈 대형 참사들은 막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 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졌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건설사의 부실시공의 문제만 탓할 일이 아니다. 부실시공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 지 명약관화하다. 부정하고 부패한 관계자들의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제대로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거나, 관리가 소홀하여 이를 방치한 것 외엔 없다. 임기 내에 제대로 의정활동을 하지 않고 툭하면 정권 찬탈에 주력했던 당시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건설사들은 하청업체 노역 지시에 혈안이 되어 공기단축에만 신경 쓰는데 그럴 듯한 공사가 될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큰 사고가 일어날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한 가지 뿐이다. 대형건축물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기존 건축물들의 안전도 검사를 확대해서 실시해 나가야 한다. 주기적으로 건물관리인들의 안전교육과 소방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현행법상으로도 정해져 있다. 그런데 거주민들과 관계자들의 훈련은 제대로 실시하는 경우가 드물고 형식적인 훈련에 그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 병원에서, 우리 회사에서, 우리 학교에서 설마 무슨 일이야 날까 하는 안일한 마음들의 사고의 불씨를 더 키운다. 오죽하면 안전 불감증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나’는 문제가 없고 ‘우리’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실은 문제다. 문제가 없는 개인이든 조직이 돌아볼 일은 드물 수밖에 없다. 늘 문제를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류의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한 대중 목욕탕에서 손님이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인이 손님의 부주의를 탓한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을까. 미끄럽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서 찾아내고 두 번 다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 그의 의무가 아닌가 말이다. 핑계와 변명에 익숙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국가의 존망까지 거론될 정도로 위험해 진다. 이러쿵저러쿵 ‘꺼리’를 찾기 전에, 대피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건물 자체의 문제임을, 미비한 소방시설에도 그대로 운영을 가능케 했던 기존 당국의 문제임을, 가장 근본적으로는 ‘나’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이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문제가 진행되고 있음’을 분명히 인지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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