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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승천(昇天)

기사전송 2018-02-18, 20: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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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저마다의 우주는 다르다. 유아기에는 부모님이 우주다. 물론 흔히 생각하는 천체(天體)도 물론 우주라고 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 헷갈렸던 것이 ‘우주인’이다. 외계인과 그렇게도 구분이 어려웠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의미였다. 우리가 지구를 벗어나면 우주인이고 다른 별의 생명체가 보면 우린 외계인이니까 말이다. 아래의 작품은 구슬을 통해 가졌던 유년기의 우주를 어른이 되면서 잃어가는 과정을 노래하고 있다.



구슬, 어릴 적엔 구슬이 용의 눈깔을 빼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했지요. 무엇이 그런 생각을 갖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붉게 휘말린 선과 푸른 선이 엉킨 구슬 안을 들여다보면 영락없이 꿈틀대는 용 한 마리.//구슬 따먹기에는 관심도 없었지요. 여기저기 비늘이 뜯긴 많은 구슬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동네 너른 마당, 한편에선 생선들을 품었을 비린 나무 상자들이 늘 쌓여있고, 어른들은 땔감으로 늘 그것들을 부수어 불을 지폈지요. 폐유 드럼통이 열기에 녹아 찌그러져 가면 꼬맹이들은 숯을 끄집어내서 통조림 깡통 여기저기 숨통을 뚫어 별들을 가두어 빙글빙글, 가끔 여기 저기 떨어져 빛을 잃어가는 별.//구슬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지금까지 어지럽게 돌아가는 별들과 비린내 나는 연기로 흐리기만 하지요. 누군가는 열심히 불을 지피고 누군가는 그 불이 잦아지길 기다렸다가 작은 불을 돌리고 그러다가 불씨들을 놓치는 세상.//구슬을 놓쳐 버렸습니다. 또르르 구르다 멈춰선 구슬. 불꽃을 가르고 비린 용 한 마리 하늘로 오르려나봅니다. (미 발표작 ‘승천(昇天)’ 전문)



남북단일팀의 한반도기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다. 일본이 독도를 인정할 수 없으니 표기를 반대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들어야 했고, 전문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울릉도도 표기가 안 되어 있는데, 독도가 문제냐고 분개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한반도기는 알려진 바와 같이 1989년 12월 22일 판문점에서 열린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을 위한 제6차 남북체육회담’에서 한반도기의 사용을 최초로 공식 합의한 바 있다. 그 후 우여곡절이 많았다. 마침내 남북 올림픽위원회는 1991년에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하기로 합의하였고, 1989년의 합의안에 기초해 단일팀의 호칭과 단기, 단가 등을 정했다. 이때 단기를 흰색 바탕에 하늘색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 넣고, 지도에는 한반도와 제주도를 상징적으로 그려 넣고, 독도, 마라도, 마안도 등 기타 섬들은 생략하기로 한다고 합의를 했다. 공식적인 최초의 한반도기를 사용한 기록은 이때가 된다. 그 후에도 독도는 수시로 지워지고 나타나는 섬이 되었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응원단이 독도가 표기된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의 환호를 받은 바 있다. 그들의 당당함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제재를 우려해 독도가 없는 한반도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개최국인 우리의 입장이 못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흔히 일본을 두고 가깝고도 먼 이웃이라고 묘사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일본에게 우리는 그렇지 않음이 분명하다. 사냥 후 뼈에서 살코기를 발라내고 부위별로 친일과 반일로 구분하는 것은 물론이고 뇌 속의 민족의식까지 개조하려 하다가 놓쳐 버린 ‘아쉬운 먹잇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 물론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승천(昇天)이 빠져야 맞는 말이다. 일본에서도 쓰지 않는 거창한 표현을 수십 년간 사용해 온 대한민국은 지금이라도 욱일기(旭日旗)가 수많은 살육의 상징으로 쓰여 왔음을 잊어선 안 된다. 남과 북이 하나 된 깃발을 공식적으로 못쓰면 전 국민이 촛불처럼 들고 하나 되면 그 뿐이다.

세계 평화와 경제 논리로 일본 정부의 주장에 편승하거나 과거 친일의 행적들을 미화하려는 일부 지식인들에게 감히 물어보고 싶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주변국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외교에 의존할 것이며, 그렇게 해서 얻는 것들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들인지 말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스스로의 힘으로 잘린 허리를 잇고, 용이 되어 승천(昇天)해야 할 채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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