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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인생살이도 ‘갈라 쇼(gala show)’ 무대처럼

기사전송 2018-03-06, 21: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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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봄이 오는 소리가 따뜻한 음악처럼 들려온다. 행인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는 새들도 전할 말이 있는 듯 목청 돋우어 노래를 부른다. 더불어 여기저기서 뭇 생명이 되살아나는 모습이 행군하는 병사들의 발걸음처럼 씩씩하다.

지난 2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흠뻑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17일 간의 경기를 마무리하던 날 아침,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의 ‘갈라 쇼(gala show)’를 TV를 통해 감상하면서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차가운 얼음 위에서 눕거나 엎드리기도 하고, 뛰고 달리는 등 연기를 펼치는 갈라 쇼. 그렇게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선수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갈라 쇼는 격식이나 규칙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축하 또는 기념을 위해 마련되는 무대로, 이탈리아 전통 축제의 복장(gala)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주로 클래식 음악이나 뮤지컬, 발레 등 공연예술과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행사의 개막을 알리거나(opening gala concert) 경기 종료 후 마무리(closing gala)를 위해 열린다고 한다.

갈라 쇼 무대에서 선수들은 경쟁이라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긴장을 풀고 가벼운 기분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며 마음껏 즐기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선글라스나 소품을 이용하는 등 의상이 자유롭고 다양하며, 배경음악도 정감 있는 아리랑과 우리에게 익숙한 K-POP이 울려 퍼지는가하면, 에어로빅 연기를 펼치며 가수 ‘싸이’의 말춤을 선보인 외국인 선수도 있었다. 한 명 혹은 두 명이나 여러 명이 함께 얼음 위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선수들의 밝은 표정에 화답하듯 관중들 또한 즐겁게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았다.

‘영리한 사람이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과 편안한 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목표를 향해 욕심을 부리거나 이기기 위한 의욕에 불타는 것보다 편안하게 즐길 때,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하나가 되어 그 속으로 스며들 수가 있다.

경기 때는 실수로 아쉬움을 남겼던 선수들도 갈라 쇼에서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안정된 상태를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어떤 일의 결과보다 과정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유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승패에 집착하지 않고 당당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설혹 이기지 못했다하더라도, 충분한 노력이 있었다면 언젠가는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속담이 있다. 인생의 일은 화(禍)와 복(福)이 일정하지 않아, 세상일의 좋고 나쁨을 미리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삶이란 정해진 이론이나 형식과 같이 개인의 의지나 계산대로 바르게 전개되지 못하고,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복잡다단하다는 것이다.

인생살이도 갈라 쇼 무대처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하고 경쟁하며 원망이나 시기, 질투로 마음을 졸이기보다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욕심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범죄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한 박자 쉬어가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인생의 한 모퉁이에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 아닐까싶다.

그래, 앞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기를 정해 지치고 힘든 여정의 쉼표 같은 여가를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그동안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장애요소는 무엇이며, 나를 북돋워주는 힘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스스로 위로하고 달래며, 칭찬도 하고, 잘못된 점은 고치거나 바꾸어나가면 된다. 그렇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옴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새로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야 할 때다.

마음은 먹었지만 아직 실천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이 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편안하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갈라 쇼 무대처럼 형식이나 고정관념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개성을 찾아 푸근한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조금 부족하고 조금 늦으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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