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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미투(me too), 두 번째 이야기

기사전송 2018-03-11, 20: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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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탤런트 조민기, 결국 그는 죽음을 선택했다. 제자들에게 수치심을 준 것을 사과했고, 반성하고 있다는 손 편지를 남기고 사망할 당시 그의 심경은 어떤 상태였을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연기자로서의 그는 분명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고, 다양한 배역을 통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소위 유명인이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의 그는 이미 여러 학생들로부터 실망과 놀라움을 넘어선 멸시를 담은 소문이 교내에 퍼진 우려스러운 존재였다. 그런 그가 사망한 후에도 인터넷에서는 그와 피해자가 나눈 문자 메시지가 성범죄의 상징처럼 떠돌고 있다. 고인은 사망하기 전에 지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아내와 딸에 대한 걱정을 했다고 한다. 사건 조사 결과를 보지 않아도 이미 그는 성범죄의 가해자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지키고자 했던 가족들에게 전해질 불명예스러운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선택한 그 죽음 앞에서도 완전한 솔직함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조차도 곤욕을 치르게 하고 있는 미투운동이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들불처럼 사회 전역에 퍼져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매일같이 새로운 가해자와 피해자가 등장하는 것이 유감일 뿐, 지금이라도 밝힐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폭로의 동기는 대부분 가해자의 진정성 없는 사과 혹은 그조차 하지 않는 몰염치와 무책임에 있다. 요즘 미투에서 거론되는 가해자들을 빌미삼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는 데 이 또한 국민들의 의식을 분열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잘못한 것은 그 사람이지. 집단이 아니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문재인은 정치를 하고 유시민은 책을 쓰고 안희정은 농사를 지으라.’고 남긴 어록이 최근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선견지명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안희정은 농사를 짓지 않았다. 그를 한 순간에 허물어뜨릴 만큼 영향력을 가졌던 성범죄 미투 운동의 두 번째 이야기는 데이트폭력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데이트폭력도 성범죄라고 할 수 있다. 데이트 중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성희롱과 폭력은 알려진 사실들만으로 충격적이다. 피해자를 감금하고 구타를 일삼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지나친 집착으로 정신적인 치료를 요하는 피해를 주기도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서 어느덧 ‘데이트폭력’이라는 하나의 범죄유형이 자리를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이렇듯 어쩌면 그 어떤 성범죄보다 더 심각할 수 있음에도 현실적으로는 법망의 사각지대와 다름이 없어 거의 무방비 상태이다. 상대에 대해서 무시와 의심은 물론이고, 음주만 하게 되면 습관처럼 발생되는 폭언, 폭행조차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피해자의 착각이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가 미혼여성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데이트폭력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성교제 경험이 있는 52%의 여성이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데이트경험이 있는 여성 중 반 이상이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건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데이트 폭력은 미혼 남녀 중 어느 한쪽이 가하는 폭력이나 위협을 일컫는다. 말이 좋아 데이트 폭력이지. 이건 성범죄다. 왜냐하면 데이트 폭력의 유형을 보자면 욕설 같은 언어폭력은 물론이고 폭행과 성희롱 등은 예사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감스럽게도 가해자의 변명은 사랑이다. 아니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피해자의 착각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성간에 만나서 교제를 하는 초반에는 폭력이나 폭언 등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당연하다고 여기겠지만, 그 당연함이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는 믿음, 호감, 배려 그리고 사랑 등의 아름답고 긍정적인 단어들만이 함께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믿음이 불신을 품고, 호감이 권태의 옷을 입고 어느덧 사랑은 증오와 소유욕으로 가득한 괴물이 되어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피해자의 몫이다. 미투의 목적은 가해자의 응징이기도 하지만, 재발의 방지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교제 중 선물을 주고받은 것까지 헤어질 때 돌려받기 위한 소송도 흔한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선물을 받은 쪽이 이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별을 할 때 지켜야 할 것은 명품가방이나 명품시계가 아니라 사랑을 할 때 함께 했던 추억과 헤어지고 나서 찾아올 그리움이라는 것까지 일러줘야 하는 지 회의감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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