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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세계 물의 날, 물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기사전송 2018-03-20, 2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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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아파트 베란다의 몇 되지 않는 꽃나무에 물을 주던 날, 시들시들 시들어가던 제라늄 잎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활짝 웃는 것 같았다. 부끄러웠다. 말 못하는 식물이지만 무심한 주인의 손길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을까.

매일 아침 눈뜨면 물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물을 마시니, 물로 시작해 물로 끝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화초에 물주는 것을 잊고 있었으니, 미안한 일이다. 스스로 물을 마시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려야만 한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 같다.

봄이 오기 시작하면서 내린 눈과 비가 얼마나 반가운지. 겨우내 말라가던 댐이나 호수 등 저수시설의 눈금을 조금이나마 올려주었다니 어찌 고마운 손님이 아닐 수 있으랴. 더불어 비는 대기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 내리고, 생태계의 젖줄로 대지를 꿈틀거리게 했다. 눈비가 그치고 앞 다투어 움을 틔우는 새싹들과 활짝 피어나는 꽃들만 봐도 그 감동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물은 생명이다. 인체의 약 70%가 물로 구성되었으며, 지구의 약 70% 또한 물로 구성이 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일정부분 이상 체내에 수분이 부족하면 탈수증상을 일으키고 심할 경우 고열이나 혼수상태 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지구에 물이 부족하면 동식물을 비롯한 모든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예상하지 못했던 대형 산불 등으로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해마다 실제로 겪고 있다.

지난겨울 극심한 가뭄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심야 제한급수 또는 격일제 제한급수가 시행되기도 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내린 봄비로 가뭄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 해갈에는 크게 부족하다고 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3월 가뭄 예·경보’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 저수율은 평년의 89% 수준으로 파악됐으며, 농업용수 저수율이 낮은 경주시 등 일부지역은 가뭄 ‘주의’ 단계가 6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일부지역은 생활용수마저 걱정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도심지의 생활 주변에는 물이 너무 흔한 것 같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으니, 아끼거나 만약을 위한 대비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불과 반세기 전만해도 빗물을 모아서 머리를 감거나 빨래를 했으며, 물을 몇 차례나 재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세대가 있는가하면, 어느 먼 나라의 이야기냐고 의아해하는 세대가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3월 22일은 ‘물의 날’이다.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수자원을 보호하며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유엔이 이날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 및 선포하고, 1993년부터 기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정해 행사를 해오다가, 유엔이 세계 물의 날 행사에 동참할 것을 요청해 1995년부터 3월 22일을 ‘물의 날’로 변경했다고 한다. 물의 날, 물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져야하는 날이다.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아낄 수 있는 경각심을 고취하는 기회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국민 중에 그런 날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기념행사나 캠페인, 퍼포먼스 등이 관련 분야의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일회성으로 반짝 그치고 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물과 공기, 바람, 햇빛, 전기 등 자연과 에너지가 너무 가까이에 있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원을 소중히 여기고 실천하는 인식의 변화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생활을 통해 조금씩 스며들어야 한다. 물의 역할이나 먹는 물의 생산과정, 오염된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실천방법 등 중요한 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국민 누구나 알 수 있는 꾸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부디 ‘세계 물의 날’이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는 기념일이 되어, 물에게도 감사의 마음과 따뜻한 관심을 갖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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