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있는가?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있는가?
  • 승인 2018.03.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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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지난주에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긴 했지만 그 충격의 여파가 적지 않다. 그의 구속은 단지 또 한 명의 전직 대통령의 구속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이 추락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우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자본주의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우리 한국 기업의 속성을 보여 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대로 현대건설의 신화적인 인물로 우리 한국 기업을 대표했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가 현대건설에 입사해서 회장이 되기까지 남긴 업적과 일화는 한때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것이 사실이다. 경영학을 공부하고 가르쳤던 경영학도였던 나 자신도 그의 이야기에 심취했고 그의 사례를 활용하여 강의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의 신화는 그의 구속과 함께 굉음을 내며 추락했다. 추락한 그의 이미지는 굉음만큼이나 어그러진 모습이다.

둘째,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한국 정치의 추락을 의미한다. 그의 구속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국 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아 민망하다.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노무현, 박근혜, 이명박으로 이어진 전임 대통령의 추락은 이것이 그들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한국 정치 체제의 문제임을 보여 준다.

우리는 현재의 헌법을 점차적인 검토와 합의를 통하여 하루빨리 우리 한국의 정치 체제 혹은 권력 구조를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그의 구속은 한국의 보수 세력의 추락을 의미한다. 지난 박근혜·이명박으로 이어진 보수 정권 10년은 두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으로 말미암아 현격하게 그 동력을 상실한 기간이었다. 국가의 발전에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라는 두 축이 건재해야 하며 보수의 추락은 국가의 큰 손실로 이어진다.

정치 탄압이란 여론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보수 정권의 과거 행태는 심각해 보인다. ‘추락하는 모든 것은 날개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말미암은 보수 세력의 추락은 날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은 한국교회의 추락을 의미한다. 그는 한국 개신교회의 대표적인 교회의 장로였다. 그는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교회에서 장로가 된 한국 개신교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한국 교회는 장로인 그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며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로 대통령의 탄생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 목사와 장로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가 이런 한국교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음은 슬픈 일이다. 그를 잉태하고 양육해 온 우리 한국교회는 그 책임을 깨닫고 회개하며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한국의 개신 교회는 이번에 우리 안에 있는 정치 권력적 속성을 분명히 잘라 버려야 한다.

왜 우리 한국 교회는 그토록 정치 친화적이었고 왜 그토록 권력 친화적이었는가? 왜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그토록 쉽게 포기해 왔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정권과 국가 권력에 대한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회는 당연히 국가를 위해 기도하여야 하지만 그 본질상 필연적으로 야당일 수밖에 없다. 교회는 권력에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견제하며 사회의 불우한 이웃을 위해 목소리를 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있는가? 이문열은 그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두 연인의 아름답지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게 함께 추락하는 것이 안스러워’. 자신의 연인인 형빈에게 총을 맞고 쓰러지며 윤주가 마지막 남긴 말이다. 작가 이문열은 자신의 이 소설을 애써 폄하한다. 사실 이 소설은 그답지 않게 통속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그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보며 그와 함께 추락하는 많은 것들을 본다. 그것들을 애써 폄하해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추락하는 것들은 모두 우리들의 것이요 우리들이 낳은 것이다. 추락하는 한국 기업, 추락하는 한국 정치와 보수 세력, 그리고 추락하는 한국 교회에게 애써 애정을 가지고 다시금 물어 본다. 당신들에게 날개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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