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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나의 집은 어디에 - 새와 인간, 공존할 수 없는가

기사전송 2018-03-29, 2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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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일전 대구 북구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에 둥지를 틀었던 왜가리들이 쫓겨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도시 한복판에 1백여 마리의 왜가리들이 찾아왔다 하여 ‘북구의 명물’로 대접받았는데, 1년이 채 못가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입니다.

이곳은 삼성그룹의 옛 제일모직 공장 부지로 이곳에 희말라야시더라고도 불리는 개잎갈나무가 빼곡히 심어져 있어 왜가리들이 쉼터로 삼았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왜가리들의 배설물이 길에 떨어져 잘 씻겨나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붕이나 승용차 위에도 떨어져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 밤낮없이 왝왝거리는 소음을 내자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관리사무소에서는 나뭇가지를 잘라내고 고압세척기로 물대포를 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왜가리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자 왜가리들은 가까운 대형 마트 지붕 위로 피난을 갔다가 다시 돌아올 기회를 엿본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계속 스트레스를 주자, 지금은 약 스무 마리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왜가리들의 입장에서는 양보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매우 원망스러울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은 대구시내 범어 배수지에 있는 왜가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팔현 마을 습지에 있는 왜가리들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지만 범어 배수지의 왜가리들은 지금도 사람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이곳에도 그늘이 짙은 개잎갈나무가 줄지어 서있는데 낮에는 잘 몰라도 밤에 가보면 왝왝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러 배설물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가지에는 왜가리들의 배설물로 허옇게 덮여있습니다.

필자도 이곳에서 깜짝 놀란 적 있습니다. 두어 해 전이기는 합니다만 어둑해 질 무렵 사무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갈 때였습니다. 찌뿌둥한 몸을 좀 풀어보고자 범어 뒷산을 걷기로 하고 등을 넘어 배수지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난데없이 푸드덕하는 날갯짓 소리와 함께 왝왝하는 소리가 나무 위에서 들려왔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쳐다보았더니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무엇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멋모르고 나무 밑으로 다가간 필자에게 왜가리가 보낸 접근 금지 경고였음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번쩍이는 불빛에다 수시로 부스럭거리며 나무 밑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왜가리들도 신경이 몹시 곤두 서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아 그늘이 짙은 곳이라 하여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자꾸 사람들이 다가오니 불안하여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철새인 왜가리들이 대구에 정착하여 일부는 텃새로 살아가고 있는 데에는 비교적 따뜻한 기후 등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인근 신천과 금호강의 수질이 점차 좋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현재 대구에는 약 1천여 마리의 왜가리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것은 사람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왜가리들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왜가리들이 앉은 나무는 배설물의 독한 기운으로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왜가리, 황새, 백로 등이 무리지어 앉았던 나무의 가지가 말라버리고 볼품없어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새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은 금호강이나 신천 주위에 완충지대를 조성하고 이곳에 왜가리들이 좋아하는 소나무와 같은 짙은 잎 그늘나무를 많이 심어 새들을 유도해야 한다고 합니다.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으나 어서 좋은 대책이 수립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합니다. 모두 우리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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