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곳간에는 - 새와 관련된 속담
부엉이 곳간에는 - 새와 관련된 속담
  • 승인 2018.05.2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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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이 세상 모든 속담들은 담백하지만 깊은 교훈을 품고 있습니다.

새겨볼수록 유익합니다.

‘부엉이 곳간’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부엉이 곳간에는 수많은 금은보화가 보관되어 있다는 뜻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알부자의 곳간을 비유하는 말로 쓰입니다. 부엉이 곳간에 실제로 많은 보물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눈이 밝으니까 밤에도 반짝거리는 것을 잔뜩 물어다 놓았을 수는 있겠지요. 그런데 그걸 제대로 본 사람은 없으니 궁금한 일을 비유하여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부엉이 방귀 같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이 말은 ‘부엉이 제 방귀에 놀란다’와 같이 쓰입니다. 앞의 속담은 아주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뒤가 구린 사람을 비유할 때 주로 쓰이고, 뒤의 속담은 자기가 한 일도 깜박 잊고 화들짝 놀라는 사람을 비유할 때에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 부엉이가 정말 방귀를 뀌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눈이 굵은 부엉이가 자기 방귀에 놀라는 모습은 얼마나 우스꽝스럽습니까?

‘날샌 부엉이 신세’ 혹은 ‘날샌 올빼미 신세’도 의미심장(意味深長)합니다. 밤이면 그 굵은 눈으로 역시 밤을 이용해 먹이를 찾으러 나온 약한 짐승들은 마구 잡아먹다가 그만 날이 밝아버렸으니 이제는 도리어 숨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을 비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밤의 제왕에서 날이 밝자 도피자 신세가 되었으니 차라리 처량하다 하겠습니다.

‘새 씨알 까먹는 소리’라는 속담은 요즘 사회 모습을 비유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새는 낟알을 까먹기 위해 앞뒤를 돌아보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 싶으면 마구 쪼아댑니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온갖 소리들이 까똑까똑 들려옵니다. 마치 새들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낟알을 챙기고자 질러대는 소리 같습니다.

‘나무 끝에 앉은 새’는 현재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나뭇가지 끝에 앉은 새는 조금만 바람이 불어와도 날아올라야 합니다. 또한 그 자리를 계속 고집하면 바로 사냥꾼의 목표물이 되고 맙니다. 그리하여 ‘어진 새는 가지를 가려 앉는다’는 속담이 나온 게 아닌가 합니다.

새에 관한 서양 속담에도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One swallow does not make a summer’는 ‘제비 한 마리 왔다고 여름이 되었다고 속단(速斷)하지 마라’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이 속담은 다시 생각해야 할 줄 믿습니다. 모든 시작은 아주 작은 최초의 징조에서 시작되니까요. 제비 한 마리 울어댈 때에 이미 우리는 여름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A bird in the hand is worth two in the bush’는 ‘손 안에 있는 새 한마리가 수풀 속의 새 두 마리 보다 낫다’는 뜻이니, 우리 속담 ‘남의 돈 천 냥이 내 돈 한 푼만 못하다’는 것과 상통(相通)한다 하겠습니다.

‘Birds once snared fear all bushes’는 우리 속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와 통하고, ‘An eagle does not hatch a dove’는 ‘독수리가 비둘기를 품지는 않는다’로서 ‘콩 심은데 콩 난다’와 통합니다.

‘Don‘t count your chickens before they are hatched’는 ‘부화하기도 전에 병아리를 세지 마라’는 뜻이니, 우리 속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마라’와 통하고 ‘Fine feathers make fine birds’ 또한 ‘옷이 날개다’와 통한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로 세계 어느 곳에서나 교훈으로 쓰일 수 있다 하겠습니다.

또한 ‘Kill two birds with one stone’은 글자 그대로 ‘일석이조(一石二鳥)’이고,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는 우리 속담의 ‘유유상종(類類相從)’과 통하니, 그야말로 속담을 통해 얻는 교훈은 만국 공통이 아닐까 합니다.

새, 역시 우리에게 교과서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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