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 세대
N포 세대
  • 승인 2018.06.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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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윤 시인
지금은 너도 나도 힘든 시기이다. 현 정권의 탓도 아니고, 한 두 해에 걸친 문제는 더욱 아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청년실업자라는 용어도, 우리에게 익숙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르고 흘렀다. 매번 선거철이 다가오면 실업률을 하락시키겠다는 공약은 이제 모든 정당의 입버릇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현실이 우릴 더욱 더 지치게 한다. 간혹 꿈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 내로라하는 해외 대기업에 대한민국의 청년이 입사를 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오히려 국내 취업준비생들은 더욱 주눅이 드는 것도 요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2차 산업이 활성화되던 시절에는 안정된 직장만큼이나, 다소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직장을 원하는 청년들도 꽤 많았다. 당시 유행하던 말들이 ‘해보고 안 되면 공장에나 가서 일하지, 뭐.’였다. 최근 저출산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불과 몇 해 전에 예산을 들여 개보수 공사를 마친 초등학교가 폐교되는가 하면, 학생 수가 해마다 감소하여 학생유치 전쟁까지 벌여야 할 판이다. 일본이 고령화 사회로 인해 30여년을 경제적인 정체기를 맞이하여 출산 장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한 결과, 진행속도가 좀 더디어지는 듯하더니, 다시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도 예사롭지 않다. 저출산은 수요와 공급이 모두 줄어들어, 실질적으로 경제의 전체적인 위축을 불러오게 된다. 이미 가족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도 반대를 하는 학자들이 있었지만, 서슬퍼런 당시의 정부 방침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람이 자원이다. 국가의 장래는 결국 사람이 계획하고, 사람이 결정짓고, 사람이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국가는 사람들이 이룬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가족계획이라는 근시안적인 최악의 수를 둔 당시의 실무자들은 이미 고령이 되었거나, 유명을 달리하여, 책임질 사람도, 그럴 가치도 없다. 중국이 유사품을 제작하고, 저렴한 인건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대량생산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변국들로부터 냉소와 천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어떠한가. 전 세계의 경제가 어이없게도 중국의 헛기침에도 긴장을 한다. 군사력까지 갖춰 주요 강대국으로 급부상했다. 국내 기업에 취업해서 내국인들 급여의 반도 못 미치던 나라가, 이젠 큰 차이를 느낄 수도 없을 만큼 고급 기술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

‘3포 세대’라는 말이 신조어로 쓰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덧 N포까지 이르렀다. 그렇다. 안타깝게도 여기에서 ‘포’는 포기(抛棄)를 뜻한다. 3포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을 일컫는다. 여기에 5포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더해진다. 사실상 중소기업을 다니는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꿈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꿈과 희망을 포기한 젊은이의 미래는 어떨까. 그것 외에 더 이상 포기할 것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유감스럽지만 또 있다. 이젠 부정 정수 N이 등장한다. N은 양수도 음수도 아닌, 불특정 정수이다. 도무지 어디까지인지 끝닿는 곳을 알 수 없는 기호다. 이는 2015년 들어 만들어진 신조어로 추정하는데, 어려운 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포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급급한 세대를 일컫는다. N포 세대는 결혼은 물론이고 나 홀로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에도 인생을 걸어야 하는 세대를 이야기한다. 기성세대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이제 대한민국 ‘N포 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듣고 싶지 않겠지만, 들어줘야 할 말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도 그랬고, 6·25전쟁을 겪은 당시의 생존자들도 그랬다. 포기라는 걸 몰랐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식구들을 건사하며, 묵묵하게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지금은 적어도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상대적인 빈곤이 비참하게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꿈을 포기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N포 세대를 제외한 기성세대들도 반성할 부분은, 본인들이 이룬 꿈들도 여기까지면서, 자녀들에게 더 큰 꿈을 이루라고 권한다는 것이다. 바보 같은 짓이다. N포 세대는 기존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더 큰 무엇인가를 이루라는 뜻이 아니라, 어떠한 것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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