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보수의 최후 보루인가?
대구는 보수의 최후 보루인가?
  • 승인 2018.06.1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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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새누리교회
담임목사
여당인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대구에서 시장을 비롯한 7명의 구청장을 배출했다. 보수성향의 교육감까지 포함하면 대구는 여전히 보수의 마지막 보루임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밑바닥 민심을 대변하는 기초의원 의석의 결과를 보면 자유한국당이 직면한 현실은 매우 급박하다. 전체 기초의원 의석 116의석 중 자유한국당은 62석으로 53.4%를 차지한 반면 민주당은 50석으로 43.1%를 차지한 것이다. 이것은 자유한국당이 87석으로 75%, 민주당이 13석으로 11.2%이었던 이전 선거의 결과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다.

선거의 당선 결과를 보여주는 지도를 보면 전국이 모두 푸른색인데 대구와 경북만 빨간색이다. 대구는 과연 보수의 최후 보루인가?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대구를 최후 보루로 삼은 보수 세력은 이제껏 우리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초라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현재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보수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세력과 반대한 세력의 이상한 동거로부터 시작되었다. 깨끗한 결혼이 아닌 이상한 동거가 초래한 갈등은 지금까지 끊임없는 소란의 원인이 되어 왔다. 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촛불로 항거한 국민의 뜻을 거부하고 여전히 법정에 서 있는 그를 추종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을 애써 부인하며 남북 정상회담도 김정일에게 속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세력 가운데는 내가 속한 기독교 지도자들인 목사와 장로, 그리고 권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SNS에 방을 만들고 지인을 초대하여 가짜 뉴스를 서로 나누며 기도를 부탁하기도 한다. 심지어 입수한 정보를 자기의 의도대로 가공하여 전달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좌파요 동성애에 동조하는 사탄의 집단이다. 그 좌파 정권에 대항하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애국하는 것이요, 사탄에 맞서는 하나님의 일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기조 속의 자유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와 달리 대구에서 자유한국당은 한편으로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고 다른 한편으로는 급박한 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그들이 직면한 급박한 위기는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의 본산이었던 대구의 밑바닥 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좌파라는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급격한 좌경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위기와는 달리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대구에서 거둔 성과는 시장과 교육감을 비롯한 7명의 구청장을 배출함으로 대구가 아직까지 보수 세력의 보루임을 증명한 것이다.

정말 대구는 보수의 최후 보루인가? 그러나 대구는 ‘보수의 보루’가 아닌 ‘보수의 첨병’이 되어야 한다. 대구가 보수의 최후 보루로만 자위한다면, 향후 2년 후의 총선에서 대구는 보수의 보루를 내어주고 보수 세력의 진멸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현 자유한국당이 처해진 상황과 영향력있는 지도자의 부재는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하게 한다.

향후 2년간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첨병이 되어 그 세력을 적극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자유한국당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지금까지 보수 세력의 핵심 이념이었던 ‘반공’을 넘어서는 이념의 전환일 것이다.

즉 남북대결 국면에서 남북대화국면으로 바꿔진 이 시대에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한 경제 협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상당 시간에 걸쳐 진통을 겪겠지만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프로세서를 밟아 갈 것이다. 보수 세력은 이 프로세서에 의한 한반도의 장단기적인 평화대책과 남북한을 위한 통합 경제개발 계획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보수 세력의 확장을 위해 해야 하는 또 다른 한 가지는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비롯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막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하게 이슈화되고 있는 동성애 관련 문제는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보수를 표방하는 자유한국당이 당연히 추진해야 할 중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대구가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최후 보루임을 입증해 주었다. 그러나 대구는 이제 ‘보수의 보루’가 아니라 건강한 보수 세력을 확장하는 ‘보수의 첨병’ 역할을 적극적으로 감당해 나가야 한다. 기한은 2년이다. 최소한 2년, 다음 총선 때까지 대구는 ‘보수의 첨병’이라는 엄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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