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를 관전하며
2018 러시아 월드컵 대회를 관전하며
  • 승인 2018.07.1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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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연이은 폭염과 미세먼지, 장마와 태풍 등으로 우울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고,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러시아 월드컵 대회가 아니었던가 싶다.

4년 만에 치러진 월드컵 대회 조별 리그에서는 우리나라가 있어 더욱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1%의 가능성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절박했던 3차전에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준 놀라운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잠을 자지 못해도 좋았고,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을 만큼 승리 소식에 굶주렸던 것만은 아니었다. 기대 이상의 집중력과 선수들의 땀이 보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인 독일을 맞이하여, 57위인 우리나라가 후반전 연장 시간에 두 개의 골을 넣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독일은 전차군단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비를 하다가도 기회만 되면 일사분란하게 공격으로 돌아서는 움직임이 가히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끈질기게 에워싼 우리 수비벽을 뚫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 감동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방송사 해설위원들이 하나같이 후배들을 칭찬하며 울먹이기까지 했으니, 더 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덕분에 우리는 안방에 가만히 앉아서도 채널을 돌려가며 해설을 듣고 비교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 각본 없는 드라마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혼신을 다해 뛴 선수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가 16강에서 탈락하게 된 사실을 몰랐다고 할 정도로 경기에 집중했고, 전에 보지 못했던 탄탄한 조직력으로 TV 중계를 통해 관전하는 국민들의 손에도 땀을 쥐게 했다. ‘2대 0’으로 독일을 이겼다는 믿기 어려운 승리의 쾌감과 예선에서 탈락한 허탈감에 한동안 운동장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 선수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이라고 여겨졌던 경기를 가능하게 했다는 자부심으로 웃을 수 있었다. 결국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게 됨으로써 우리 축구 대표 팀은 월드컵 일정의 막을 내리고, 예정보다 빠른 6월 말에 귀국하게 되었다. 선수들이 입국하는 인천국제공항에는 수많은 팬들이 달려 나가 환영으로 맞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골을 넣은 선수와 크게 활약했던 선수들에게 인터뷰가 이어지고, 상대팀의 골을 잘 막아낸 거미손 조현우 선수에게 조명이 집중되면서 세계적인 스타가 탄생한 것 같은 분위기도 훈훈했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흐뭇하면서도 다른 한편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조 선수를 믿고 3게임을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기용해준 감독과 코치진, 끝까지 뛰고도 조명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고루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1차전과 2차전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종횡무진 너무 많이 뛰어 체력이 떨어져 교체된 선수도 있었다. 그들 모두 승리를 향해 몸을 던진 선수들이 아닌가.

축구 경기가 한두 명의 탁월한 실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11명의 선수들의 힘이 합쳐져야 되는 것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오로지 결과에만 집착하는 우리들의 인식이, 선수나 개인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성장을 방해한 사례가 많다. 운동 경기뿐만 아니라 많은 경쟁분야에서 1등만을 추켜세우는 이상한 근성은 과감하게 고쳐져야 할 과제다.

조 선수가 소속된 대구FC는 이미 예능 프로그램 출연섭외와 광고촬영 요청 등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만약이라도 한 명의 선수를 구단의 활성화를 위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우(愚)를 범하지는 말아야할 것이다.

반전과 이변 그리고 징크스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면서, 대회는 아직도 끝나지 않고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우승후보로 예상되었던 나라가 탈락하고, 32년 만의 성과를 거두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집중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경기에 임하는 선수는 물론 경기를 관전하는 국민들의 눈에도 분명하게 보였다. 행여나 그 경기에서 이기지 못했다 하더라도 나무라는 이가 있었을까? 이제는 결과에 치중하기보다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성숙한 분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부디 지나친 관심으로 특정 선수가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주변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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