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모두 소중한 존재 - <강아지똥>
알고 보면 모두 소중한 존재 - <강아지똥>
  • 승인 2017.04.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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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황사바람이 극성이더니, 비가 오락가락하고, 금방 여름이 될 것 같더니 기온이 뚝 떨어져 넣어두었던 겨울옷을 쳐다보게 한다. 봄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게 또 있을까 싶다. 날씨 변덕에도 아랑곳없이 꽃들은 겨울에서 풀려나 흥이 넘치는지 시나브로 피고 지고, 꽃이 진 자리에는 연두빛 새 잎을 바쁘게 내어걸고 있다.

봄, 이맘때쯤이면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바로 권정생의 <강아지똥>. 길을 가다 우연찮게 눈이 마주치는 노란 민들레를 보면 강아지똥이 거름이 되어 피운 눈물겨운 민들레가 자연스럽게 오버 랩 된다. 어제도 노란 민들레와 마주쳐 빙긋 웃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 강아지똥!”

권정생과 <강아지똥>이 떠오르면 또 생각나는 한 분이 있다. 바로 평생 동심 곁에서 우리말 연구에 힘 쓰셨던 이오덕이다. 이오덕의 저서 <우리말 바로 쓰기>는 5권까지가 있는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권정생, 이오덕. 두 분은 2003년 이오덕이 세상을 떠나실 때까지 30년을 함께하며 편지를 주고받으며 삶의 교감을 나누었다. 편지에는 약값, 연탄값 걱정부터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성찰, 자잘한 일상이야기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사람의 편지글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강아지똥>을 모르는 사람 있겠는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아마 한 두 번은 영상으로든 책으로든 접해 보았을 것이다. 보잘 것 없는 흙 한 덩이, 강아지똥 한 무더기도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려주는 동화다. 정승각씨가 그린 이 그림책에서는 쏴아쏴아 내리는 봄비 소리와 비가 그친 후 봄 햇살과 잘 섞인 흙냄새, 강아지똥 냄새가 난다.

책을 읽고 나서 세상의 어떤 것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것, 또 나는 누구의 거름이 되고 있을까? 나를 위해 희생된 강아지똥은 누구일까? 이야기 나눠보면 좋겠다. <강아지똥>의 주제가 될 수 있는 ‘희생’이 기독교의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면, ‘어떠한 것도 인연으로 생겨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불교의 관점으로 강아지똥과 민들레의 ‘인연’을 해석해 봐도 좋겠다. 그리고 그림책 읽기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라 할 수 있는 공감하며 읽기를 보여줄 많은 장면들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선생은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노동 징용으로 끌려간 아버지, 가난했던 어머니 사이에 난 5남2녀 가운데 여섯째였다. 일본에서 2차 세계대전, 귀국한 뒤 한국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참혹함을 몸소 느꼈다. 가난과 전쟁으로 가족은 뿔뿔이 헤어지고, 제대로 먹고 치료받지 못해 전신결핵을 앓아 시한부 선고를 받기에 이른다. 그냥 죽는 것이 억울했던 청년 권정생은 좋은 책 한 권 남기고자 했는데 그렇게 탄생한 것이 <강아지똥>이다’고 한다.

2007년 권정생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통장의 잔액은 10억 원에 이르러 세상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길 아까워 하셨던 그 돈을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는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는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여 인쇄와 함께 북한, 아프리카, 중동의 아이들을 위해 쓸 것을 당부했다.

‘필요한 것 이외의 것은 절대 가지지 않을 때 헐벗고 굶주리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는 권정생의 이야기에 이 시대 부끄러워지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얻으면 얻을수록 더 얻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다. 하지만 역시 사람답게, 인간답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누고 베풀고 함께 잘 살아야 한다. 끝으로 마음이 욕심으로 탁해질 때 권정생이 이오덕께 보낸 편지글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나라고 바보 아닌 이상 돈을 벌줄 모르겠습니까?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나는 돈조차 싫었습니다. 돈 때문에 죄를 짓고, 하늘까지 부끄러워 못 보게 되면 어쩌겠어요? 내게 남은 건 맑게 맑게 트인 푸른빛 하늘 한 조각.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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