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계곡 너머
전환의 계곡 너머
  • 승인 2017.04.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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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대선 시계가 12월에서 5월로 당겨졌다. 19대 대선의 주역은 국민과 헌법이다. 연인원 1천600만명에 이르는 참여를 통해서 국민들은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헌법은 대통령의 파면과 새로운 정부 구성의 진로를 열었다. 미국의 정치학자 키(V. O. Key)의 개념을 빌자면 19대 대선은 그야말로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이다. 즉 정권의 교체나 유지라는 현상적인 변화를 넘어, 구체제와의 단절과 사회변혁을 예고하는 서막이 이번 대선이다. 따라서 중대선거가 중대한 위기를 넘어 중대한 성과를 거두는 전환점이 되도록 국민적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중대선거로서의 19대 대선은 세 가지 출발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19대 대선은 우리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는 출발점이다. 대통령 탄핵은 국정실패를 넘어 대의정치와 국가경제 실패 전반에 대한 엄중한 경종이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해 우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의 부도덕과 무능을 목도했다. 나아가 재벌과 관료와 사학의 부패한 유착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그들만의 성역에서 기득권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맘껏 누리고 있을 것이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둘째, 19대 대선은 국민통합의 출발점이다. 촛불과 태극기가 표상하듯이 서로를 냉혹하게 구분하고 적대하는 광장의 분열을 치유해야 한다. 통합은 하나의 의견으로 뭉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즉 경청과 포용의 정신으로 공공선의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 국민통합의 원칙이다.

셋째, 19대 대선은 국가개조의 출발점이다. 민주화 30년을 이끌어온 제도의 한계를 규명하고 미래의 대안과 청사진을 설계해야 한다. 제도변환은 권력구조의 변경을 넘어 분권과 협치 그리고 국민 기본권과 복지를 시대정신으로 구현하는 대전환이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개조는 마땅히 정치세력 간의 야합이 아니라 국민적 중지와 합의로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주의는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을 넘어야 이를 수 있는 고지이다. 우리사회는 선거를 통해 지난 30년 간 절차적 민주주의의 계곡을 넘었다. 즉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여섯 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두 차례의 권력교체를 이루어냈다. 반면 두 명의 현직 대통령이 국회에 의해 탄핵소추되고 그 중 한 명은 파면되는 불행을 겪었다.

이는 선거 이후의 민주주의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따라서 이제는 보다 공고하고 내면화된 민주주의의 고지를 향해 더 깊고 가파른 전환의 계곡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파적 지지를 넘어 더 좋은 리더십과 정책을 선별해내는 유권자의 혜안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요즘 각 정당들은 집권을 위해 유력 후보들을 앞세워 예비경선 흥행에 전력을 쏟고 있다. 이는 마치 잘 포장된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의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물론 포장지의 질과 상품의 질은 별개이다. 여기에 반전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대본과 이벤트도 경선 드라마의 흥행을 좌우하는 극적 장치이다. 이런 면에서 19대 대선은 광장의 외침을 제도적으로 수렴하는 흥겨운 축제이다. 이 축제에 더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수록 전환의 계곡 너머에 있는 민주주의의 고지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양적으로 많은 참여가 반드시 질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선거란 무릇 다수결의 원리를 따르는 것이어서 다수의 어리석은 선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흥에 겨운 나머지 안목을 잃는 우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축제에 참가하고 맘껏 즐기되 상품의 포장지와 극적 장치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 누가 전환의 계곡 너머 있는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분명하게 가리키고 있는지 분별해야 한다. 그리고 가파른 전환의 계곡을 건너기 위해 누가 더 합리적인 대안과 토론과 소통을 추구하고 있는지 탐문해야 한다. 결국 매의 눈을 부릅뜨고 있는 유권자, 바로 당신이 허상의 이미지를 벗겨내는 정책선거의 주역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전환의 계곡에 갇혀 더 강한 적폐와 분열과 퇴행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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