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정답은 당신의 머릿속에 있다 - <느끼는대로>
세상의 모든 정답은 당신의 머릿속에 있다 - <느끼는대로>
  • 승인 2017.07.0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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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경 하브루타 도서관 관장
2014년 프랑스 전역을 흔든 한국 춤이 있다. 바로 현대무용가 안은미가 이끈 무용단의 막춤이다. 놀라운 것은 그 춤판의 주인공이 전문 무용수가 아니라 할머니들이라는 것. 할머니들이 흥에 겨워 흔드는 예측할 수 없는 막춤이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흔드는 춤’이라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로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할머니들이 추는 춤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일명 ‘관광버스 춤’이 아닌가. 프랑스는 어디던가? 세계 현대무용의 성지인 ‘파리 시립극장’이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열광적인 평가를 받았다니 눈이 번쩍 뜨인다. 한편 반갑고, 한편 놀랍다. ‘안은미답다!’. 빡빡 머리에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요즘말로 그녀는 걸크러쉬다. 2000년에서 4년간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있었으니 대구와의 인연도 있다.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났다는 걸 알고 나니 왠지 원시적인 그녀 춤의 정서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아무튼 막춤이 가장 아름다운 춤이란 소식을 듣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도 자신 있게 춤을 춰야지!’. 그동안 ‘이렇게 추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 할까?’하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이 쓰였다. 춤을 유난히 예쁘게 추는 사람을 보면 ‘난 왜 저게 안 되지?’ 비관에 빠져 집에서 몰래 연습도 해 보지만 타고난 뻣뻣함은 타고난 그녀들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어른이나 아이나 인간의 고민은 다 비슷한 것이다.

피터 레이놀즈의 그림책 <느끼는 대로>가 있다. 주인공 레이먼은 틈만 나면 언제 어디서든 그림을 그리는 아이다. 어느 날이다. 어깨 너머로 레이먼의 그림을 훔쳐보던 형이 “도대체 뭘 그리고 있는 거냐?”며 비웃자 레이먼은 그동안 그림에 대해 가졌던 자신감이 확 꺾여버린다. 그 후 뭐든 ‘똑같이’ 그려보려고 애 써 보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아 구겨버린 종이만 자꾸 쌓인다. 마침내 레이먼은 연필을 내려놓으며 그림 그리기를 포기하려는데, 그 때 여동생 마리솔이 버려진 그림 하나를 집어 들고 도망을 친다. 자존심이 상한 레이먼은 동생을 뒤쫓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세상에, 마리솔의 방벽에는 그동안 레이먼이 구겨버린 그림들이 가득 장식되어 있었다. 마리솔은 그 그림 중에 하나를 가리키며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레이먼의 눈에는 도무지 꽃병처럼 보이지 않는 그림이다. 하지만 마리솔은 큰 소리로 말한다. “그래도 꽃병 느낌이 나는걸.”

작가는 ‘나는 그림 솜씨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그림이란 느끼는 대로 그리면 된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게다. 이 책의 타이틀지에는 “내가 느끼는 대로 그림을 그리게 해 주신 첫 번째 미술 선생님께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의 전작인 <점>에서는 선생님이, 후속작인 <느끼는 대로>에서는 동생 마리솔이 독자들에게 ‘무엇이든 그리고 싶은 대로’, ‘느끼는 대로’ 표현해 보라고 격려하며 용기를 주고 있다.

이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 준다. 우리는 대개 남의 평가에 의식을 많이 하고 산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춤을 추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염두에 두다보니 자유롭지 못하다. 흥이 나는데도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감히 붓을 잡지 못한다. 나는 노래를 잘 못하는 사람, 나는 춤을 잘 못 추는 사람, 나는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으로 스스로 간주해 버린다. 결국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다.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니 ‘나’라는 사람은 결국 내가 만든 작품이다.

자유로워져야 한다. 그렇게 살 이유가 없다. 용기를 내어 부딪쳐야 즐겁게 살 수 있다. 얼마 전 기사에서는 80세에 모델의 꿈을 안고 도전하여 91세에 드디어 런웨이서 워킹을 하는 할머니 기사도 봤다. 더 나이가 들면 무엇을 할까 생각했는데 나에게도 꿈이 생겼다. 주뼛거리지 말고 남이 뭐라든 하고 싶으면 하는 거다. 남과 다르다고 절대 기죽지 말아야 한다. 내가 가진 독특함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정답은 당신의 머릿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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