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그리지 못하면 개가 된다(畵虎類狗)
호랑이를 그리지 못하면 개가 된다(畵虎類狗)
  • 승인 2017.07.2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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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마원(馬援)은 중국 후한시대의 무장으로 전투를 잘하였다. 어릴 적 서당에서 들은 이야기는 마원이 교지(베트남)의 반란을 평정하고, 흉노를 토벌하였으며, 서장(티베트)을 정벌하여 복파장군 벼슬을 받았다고 한다.

명심보감 계선편에 마원은 ‘한평생 착한 일을 행하여도 착한 것은 오히려 부족하고, 단 하루를 악한 일을 행하여도 악한 일은 스스로 남음이 있다.’고 하였다.

또 정기편에서는 ‘남의 허물을 듣거든, 부모님의 이름을 듣는 것 같이 하여, 귀로 들을지언정 입으로는 말하지 마라.’고 하였다. 정기편의 이야기는 소학 가언에 더 자세히 나온다. 가언은 아름다운 말이다. 즉 그 말을 들으면 본받을만한 가치가 있음을 느낀다.

마원은 어려서부터 뜻이 컸으며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용백고와 두계량 두 사람을 애지중지했다.

용백고는 인정이 두텁고 후하였으며 하는 일이 주도면밀하고 신중해서 말을 실수하지 않았다. 두계량은 호탕하고 의협심이 강해서 의리를 지켰다. 다른 사람의 근심을 걱정하고 다른 사람의 즐거움은 즐거워하였다. 하는 일이 깔끔한 사람이거나 혼탁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잘 사귀어 누구에게도 인심을 잃지 않았다.

마원은 형이 일찍 죽어 형수와 두 명의 조카를 데리고 있었다. 첫째가 마엄이고 둘째가 마돈이었다. 조카 둘은 걸핏하면 남을 비판하고 헐뜯는 것을 좋아하였다. 그리고 경박한 사람, 건달 같은 사람, 싸움꾼들과 잘 어울려 다니며 말썽을 부렸다.

당시 마원은 지금의 베트남 북부지역인 교지의 반란을 평정하고 그 곳에 있었다. 그러한 소식을 듣고 당장 마엄과 마돈에게 편지를 보내 꾸짖었다.

‘나는 너희들이, 남의 허물을 듣거든 부모님의 이름을 듣는 것 같이 하여 귀로 들을지언정 입으로는 말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좋은 점과 나쁜 점에 대해서 논평하길 좋아하고 쓸데없이 정치에 대하여 비판하고 법령에 대하여 잘잘못을 떠들고 다니는 것을 나는 아주 싫어한다. 나는 차라리 죽음을 택할지언정 자손들에게 나쁜 행실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애지중지하는 용백고와 두계량이 있다. 그들은 모두 훌륭하다.

용백고를 본받으면 용백고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하더라도 근신하고 스스로 조심하는 선비는 될 것이다. 소위 ‘각곡성상유목(刻鵠成尙類鶩)’이 된다. 즉 고니를 조각하면 고니는 아니더라도 집오리를 닮는다.

하지만 두계량을 본받으면 두계량 만한 인물이 되지 못하면 천하의 경박하고 치졸한 인간으로 추락하고 만다. 소위 ‘화호불성반유구(畵虎不成反類狗)’이다. 즉 호랑이를 그리려고 하다가 그리지 못하면 반대로 개와 비슷하게 된다. 너희들이 두계량을 본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각곡성상유목은 각곡유목(刻鵠類鶩)으로 쓴다. 고니를 조각하다가 잘못 다듬어도 집오리모양은 된다. 용백고를 닮으면 훌륭한 선비가 될 수 있다. 선비가 되지 않더라도 착한 사람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화호불성반유구는 화호유구(畵虎類狗)로 줄여서 쓴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잘 못 그리면 개와 비슷하게 된다. 두계량을 닮으려고 하다가 도리어 경박한 사람이 될까 두렵다는 이야기이다.

‘책 유형에 따른 독서지도’라는 주제로 학부모역량개발교육을 갔을 때의 일이다. 어린왕자에서 작가는 여섯 살 때 보아구렁이가 코끼리를 잡아먹은 그림을 보았다. 사실은 보아구렁이가 코끼리를 잡아먹은 겉모습만 그려 놓은 것이다. 어린왕자는 ‘어른들은 나를 귀찮게 자꾸 묻는다.’고 투덜거리며 자루 모양의 그 속에는 코끼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강의 프레젠테이션에 모자 모양의 보아구렁이 배 속에 급작스레 코끼리를 그렸더니 이상한 짐승모양이 되었다.

강의 도중 “코끼리가 아니라 돼지네요.”하고 학모가 한마디 하였다. 큰 동물을 잘못 그리면 엉뚱한 모양의 짐승이 됨을 절실히 느낀 적이 있었다.

각곡유목(刻鵠類鶩)과 화호유구(畵虎類狗)는 서로 상반되는 이야기이다. 마원의 가르침으로 후일 조카인 마엄과 마돈은 모두 훌륭한 인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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