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 (小知不及大知)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 (小知不及大知)
  • 승인 2017.09.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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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20여 년 전 필자가 근무하던 월배초등학교 교무실엔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재주 없이 하늘에 오르려는 것과 같고, 배워서 아는 것이 많으면 상서로운 구름을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며 높은 산에 올라 세상천지를 바라보는 것과 같다’는 액자가 걸려 있었다.

이 글은 명심보감 권학편에 나오는 장자의 가르침이다. 배워서 아는 것이 많아야 세상천지를 바라볼 수 있다는 명제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필요조건이 되는 참 좋은 말이다.

장자 가라사대 ‘하루라도 착한 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모든 악한 것이 스스로 일어난다’는 계선편에 나온다.

어릴 적 서당에선 훈장선생님이 매일매일 착한 일 할 것만 생각하면, 나쁜 마음은 생길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마음속에 나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먼저 착한 일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하라고 하였다.

‘나에게 착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내 또한 착하게 하고, 나에게 악한 일을 하는 자에게도 내 또한 착하게 하라. 내가 이미 남에게 악하게 하지 아니하였으면 남도 나에게 악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니라’고 한 말도 계선편에 있다.

배워 아는 것이 많고, 착한 일을 한 사람들만 모여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청와대 참모들의 재산이 얼마 전 공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재산이 24억 원이 넘으면 상위 1%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93억 원이 넘는 정책실장과 49억 원이 넘은 민정수석은 상위 1%에 해당한다.

정책실장인 장하성은 ‘한국자본주의’라는 책에서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절차와 과정에서의 공정함이 보장되는 절차적인 정의,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결과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분배의 정의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책에서는 청년 세대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아픔’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세상의 탓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기성세대를 향해서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당신들의 책임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함께 바꾸자’고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405쪽)

공개된 두 사람의 재산이 많은 것을 두고 말이 많다. 두 사람은 돈, 권력, 명예, 지위를 정의롭게 가지지 못하면 잘못이라고 여러 차례 비난하였었다. 그 말들이 자신들에게 괴리를 가져왔고 부메랑이 되어 자가당착의 모순을 가져왔다. ‘내가 이미 남에게 악하게 하지 않았다면 남도 나에게 악하게 할 수 없을 것’이란 장자의 가르침이 새삼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들은 아직도 ‘온고지신(溫故知新)’하고 있다. 그런 기성세대들에게 청년 세대가 무턱대고 함부로 ‘당신들의 책임이다’고 할 수 있는가?

장자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람이다. 노자의 사상을 이어 받은 ‘소요유(逍遙遊)’의 사상가이다. 자유인이다. 어슬렁어슬렁 노니는 사람이다. 아무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다. 이것은 속됨을 벗어났다는 의미이다. 사람으로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일컫는 말이다.

책 ‘장자’에는 ‘소지불급대지(小知不及大知)’라는 이야기가 있다.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침에 피어나는 버섯은 저녁을 알지 못한다. 한여름에 울어대는 쓰르라미 매미는 겨울은 물론 봄과 가을을 알지 못한다. 버섯과 쓰르라미 매미는 짧은 동안만 살기 때문이다.

초나라에 1000년 된 명령(冥靈)이란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는 500년은 봄과 여름에만 살았고, 나중 500년은 가을과 겨울에만 살았다. 옛날 옛적에 대춘(大椿)이란 나무가 있었다. 대춘은 8000년을 봄과 여름만 살았고, 다음 8000년은 가을과 겨울에만 살았다고 한다. 두 나무는 사시사철을 계절별 나눠가며 깊이 있게 살았다.

팽조라는 사람은 767년을 살았는데도 늙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이 팽조와 자기 수명을 견주려 한다면 얼마나 서글퍼질까? 짧은 동안을 살아 있는 사람은 오랜 동안을 살아가는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어떤 경우든지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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