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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고

<목요칼럼>고교학점제 도입에 앞서 대학입시제도 개편이 필요

기사전송 2017-12-20, 21: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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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대한지방자치학회장)


인간이 만드는 제도가 완벽할 수 있을까? 답은 ‘없다’일 것이다. 다만 그것을 시대적 상황과 다가올 미래에 잘 적응하도록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좋은 제도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을 뿐인 것이다.

지난 11월 27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2022년까지 전국 모든 고등학교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고교학점제 추진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안)을 발표하였다. 고교학점제는 현재 핀란드, 미국 등 소위 교육선진국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처럼 학기당 이수 가능한 최소, 최대 학점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교과목을 선택하여 수업을 듣도록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교의 교육과정이 다양해지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교사는 수업·평가에 있어 자율성과 전문성을 발휘하는 등 고교 교육의 혁신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고교학점제’ 참으로 좋아 보인다. 그러나 또 “공교육은 혼란에 빠지고, 사교육시장이 난리가 나겠군”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기우(杞憂) 일까? 지난 정권들에서 쏟아내었던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당초 의도했던 장밋빛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이유를 되새겨볼 때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우리의 고등학교 교육현장은 안타깝게도 모든 초점이 대학입시에 달려있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입시제도가 변하지 않으면 고교 교육의 혁신은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 과거 수 없이 많은 정책실패에서 이미 경험한 바 아니던가? 무엇보다 교육에 관한 한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들은 극단적인 이기주의에 빠져있다. 교사가 학생생활기록부에 조금이라도 학생에게 부정적인 의견을 적으면 왜 그러한 의견을 적었는지 반성하기보다는 대학입시에 불리하도록 낙인(烙印) 찍는다고 난리가 나고, 대학입시 성적이 좋은 고등학교 주위의 주택가격은 그렇지 못한 지역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싸고, 이들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위장전입은 불법임에도 자행되고 있으며, 국가 지도층을 검증하는 청문회에서 조차 용서되고 이해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 만점을 배출한 대구 북구의 고등학교 주변 아파트 가격이 수능발표이후 당장 몇백만원 올랐다는 언론 보도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교육이 백년대계라는 말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같은 정권 아래서도 장관이 바뀔때마다 바뀐다. 그리고 그 정책의 집행으로 인한 피해는 전부 학교와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현장의 상황을 무시한 규범적이고 이상적인 정책으로 인해 공교육은 무너지고 사교육은 나날이 번창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고교 교육을 이대로 그냥 두자는 것은 아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나날이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고, 사회는 4차산업혁명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등 급변하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도록 교육도 변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을 교육 당국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닌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 각층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그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에는 위에서부터 변하는 방법과 아래서부터 변하는 방법이 있다. 이번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 교육의 방법 변화를 통해 대학의 변화를 의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우리의 현실을 간과한 지나친 이상향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문에서 위에서부터 변하지 않으면 절대 의도하는 변화를 달성할 수 없었다. 이는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결론적으로 사회가 변하면 대학이 변하고, 대학입시제도가 변하면 고교교육은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한다. 아무리 필요하고 좋아 보이는 고교교육정책도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절대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지난 90년대이후 취업시장의 변화로 대학교육이 변해 더 이상 대학은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키는 곳이 아니라 취업학원의 모습으로 전락하였다. 마찬가지로 대입제도 개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고교학점제 도입 역시 의도와는 달리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하더라도 고교 교육현장에서는 혼란만 초래하고 사교육만 더 부추기는 빌미를 제공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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