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논단>아이가 문제행동을 한다면
<교육논단>아이가 문제행동을 한다면
  • 승인 2017.12.07 11: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효정(우이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말 잘 듣는 아이. 모든 엄마가 바라는 이상적인 아이의 모습이다.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며, 엄마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 만일 이런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즐거움으로 가득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엄마의 뜻이 아니라 자신의 뜻대로 하기를 원한다. 엄마가 안 된다고 하는 일에 떼를 쓰고 반항하며, 때로는 엄마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 못할 행동을 할 때도 있다. 나를 찾아오는 모든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아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이다.

아이가 엄마 맘대로 되지 않을 때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라고 말해준다면 둘 사이에는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너를 말 잘 듣는 아이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다. 엄마들이 하는 모든 충고와 잔소리, 칭찬과 격려는 바로 이 간절한 욕심의 결과다. 엄마가 온갖 노력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계속 할 때 엄마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고는 “네가 해야 할 올바른 행동을 알려줬는데도 계속 문제행동을 하다니, 너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라고 각오한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아이의 행동은 아이의 의지가 있어야만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내가 아닌 타인이 내 행동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결국 한 사람의 행동변화를 위해서는 본인 자신의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갓 태어나 부모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아이가 혼자서 걷고 조금씩 말문이 트이면 그때부터는 자신의 의지를 피력한다.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으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놀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니 ‘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라는 우스갯소리는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을 지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온전한 인격체로 자라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다.

아이가 성장하고 사춘기가 다가오면 더욱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행동’을 하게 된다. 사회적 규율과 자신의 의지가 충돌하거나, 엄마의 요구와 자신의 욕구가 부딪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적 행동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결국 아이는 자라서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그런데 만약 엄마가 아이의 이러한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문제아’라고 바라보기 시작하면 아이의 사소한 문제는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아이에게 있어 엄마는 정신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엄마가 자신을 야단치고 미워하면 아이는 의지할 곳을 잃는다. 그럼 아이는 자신의 처지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더 많은 문제행동을 하는 것으로 이를 해소하려 한다. 엄마는 아이를 문제아로 보고, 아이는 더 많은 문제행동을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행동만 보고 아이를 판단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다. 아이의 문제행동에 화를 내고 야단을 치는 것은 학교 선생님도 하고 학원 선생님도 한다. 아이가 사회에 나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아이의 행동만 보고 아이를 우등생과 열등생, 모범생과 문제아로 나눈다.

하지만 엄마는 그래서는 안 된다. 엄마라면 마땅히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아이의 행동 뒤편에 자리한 아이의 속마음을 헤아려줘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다독여주는 것이 엄마가 해야 할 일이다. 이걸 엄마가 해주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이 일을 해달라고 부탁할 것인가?

아이의 문제행동을 볼 때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아이의 심정을 헤아려보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일은 엄마가 해야 한다. 조물주가, 이 어려운 일을 하라고 아이에게 엄마를 보낸 것이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