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예방교실을 나가서 몇몇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았을 때 처음엔 그 친구가 불쌍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신도 모르게 무덤덤해져 친구의 괴로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춘기를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말한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린이에도 어른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서적 불안한 상태를 가진 아이들은 감정기복이 많아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옳고 그름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또 혼자 일 때 보다는 둘, 셋이 모이면 두려움도 없어지고 대담해진다.
언젠가 다문화가정 아이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다는 얘기를 아들에게서 듣고,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보고만 있었다고 했다. 왜 가만히 보고 있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른 친구들도 가만히 있으니까, 때리지도 않았는데 무슨 학교폭력이야’ 라고 했다.
직접적으로 힘을 가해 때리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놀리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예전 학교 다닐 때 외모가 이국적이라는 이유로 나 자신도 비교된 적이 있었다. 주로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적 인물이었는데 가끔은 조상이 외국인이 아니냐고 의심 아닌 의심(?)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때는 그 말이 참 싫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닮았다는 사람들이 모두 훌륭한 지도자 이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은 어떤가? 아주 가끔이지만 외국의 어느 유명한 여배우나 방송인을 닮았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어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더 나아가 사회가 행복해 질 수 있다. 학교폭력을 `학생 간에 발생한 행위’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행위’로 법률을 개정한 것만 봐도 예방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듯하다.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친구가 당하는 것을 보면 꼭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지 내 아이부터 꼭 알려줘야겠다.
김성신 영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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