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다문화사랑, 40년 전 우리의 모습이다
<발언대>다문화사랑, 40년 전 우리의 모습이다
  • 승인 2012.05.2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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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이자 부부의 날인 5월 21일, 내가 근무하고 있는 영주경찰서 보안계에 자그마한 체구에 아직은 어눌한 말투의 한 베트남 여성이 겁먹은 표정으로 출입문을 두드렸다.

이 여성은 4년 전 베트남에서 영주시의 한 농촌마을에 시집온 25살 결혼이주여성으로서, 사연인 즉, 자신보다 21살이나 많은 남편이 밭일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시로 때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찾아 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닐 것이다.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130만 명의 외국인과 21만 가구의 다문화가정시대에 살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은 눈만 뜨면 다문화에 대한 정부, 지자체 행사와 기사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복잡한 다민족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어교실」「다문화자녀문화체험」「김장담그기」「결혼사진 찍어주기」등등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각가지 다문화 정책과 제도는 아마도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너무나 훌륭하고 체계적이며 논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이론에만 치우친 정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국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그들만이 갖고 있는 말 못할 부부간, 가족간의 어려운 문제들이나, 상처받고 응어리진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이런 문제가 급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하여 이중 잣대로 보는 경향이 있다. 겉으로는 다문화가정과 공생해야 한다고 외치면서 속으로는 출생국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심지어 인종 차별하는 우리사회의 차가운 이중적 사고를 갖고 있다.

지난 4.11 총선에서 국회의원이 된 결혼이주여성 이자스민에 대한 막말과 욕설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것이 최근 사례가 아닌가 싶다. 또한 같은 외국인이라도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에게는 유별나게 관대하면서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에게는 비이성적인 우월감으로 차별 대우한다.

불과 40년 전 나라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역만리 서독으로 이주해 온갖 차별 속에 광부로, 간호사로 힘들게 살아가던 우리들에 모습 그대로이다. 그때의 아픔 과거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금 우리는 희망을 갖고 한국을 찾는 결혼 이주여성들의 꿈을 짓밟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박해권 영주경찰서 보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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