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17일 화요일    단기 4351년 음력 6월5일(庚戌)
  • 흉노김미지
    아버지 기일 맞아 산을 오른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거슬러 고왕(古王) 아득한 시간 속에 절이 있다 백제의 왕자, 융이 숨어 있었던 곳 아버지도 숨어 있었지, 병실에 나당연합군이 당도하기도 전에 삶..
    05-20 21:40
  • 63살 아이, 나의 누이
    어머니 돌아가시고, 여드레 만에 누님이 내게 말갛고 흰 손바닥만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어머니가 하도 보고파서 썼다고 좁쌀 같은 글 행간마다 눈물자국만 찍혀 있었다 누님은 올해로 만 63살이다 그..
    05-17 21:31
  • 부고(訃告) - 송호민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봄바람 나는 어느 날 달막재 넘어 복숭아 꽃 피던 어느 날 무논에서 모내기하고 뒷편 언덕에 일벌들이 붕붕대던 벌보다 말이 더 없던 그를 나는 알지 못한다 팔지 못하는 사양꿀..
    05-16 21:11
  • 살평상-골목안 풍경
    회색 시멘트 담 옆 가로등 보듬고 늦음 귀가길 밝혀주던 키 큰 은행나무 봄은 어디서 늑장 부리다 가버린 건지 가시 같은 가지들만 텅 빈 하늘 이고 있다 대중탕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물 때문인지 납덩..
    05-15 21:32
  • 구호
    필리핀 정부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민족해방전선 수니파 무장 반군들에게 우리나라 구호기관이나 선교단체가 보내주는 옷은 큰 인기다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한 게릴라 지도자는 ‘개봉동 조기축..
    05-14 21:23
  • 골부릿국
    남은 한 되 못 팔면 집에 못 간다며 어둠살이 내리는 안동 장날 신시장 골목에서 강물보다 깊은 눈빛으로 소매를 끌던 할매 사만 원으로 시름이야 다 갚겠냐만 집에 들인 순간부터 내 고민이 그만 한 자..
    05-13 21:26
  • 행여나
    행여나 돌아볼까 너 앞에서 서성였네 겨울 눈 녹고 봄꽃마저졌어도 봉오리만 맺은 채 떨어지던 동백 꽃 내년 봄에는 행여나 붉은 너 모습 그려낼 수 있을까 ◇유성달 = 경북 경산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05-10 21:57
  • 살앎
    사람, 한 사람에 온 우주가 다 담겨 있는데 그중에 행성이 가장 많은 곳이 심장 근처라네 별자리는 계절별로 달리 보이지만 사실은 움직인 건 시각일 뿐 별은 늘 박동하는 그 자리에 있네 나는 오늘밤..
    05-09 21:34
  • 한 많은 여인
    몸빼 입은 청송 댁 뒷산 올라 빈 광주리에 고사리 가득 채운다. 어린 나이에 옆집 아저씨 후처로 들어와서 피붙이 하나 없이 혼자 살았지, 고사리 꺾는데 동네에서 아무도 따라갈 수 없지 재바르고 는실..
    05-08 21:50
  • 보초서는 밤
    된더위에, 앵~앵 하는 공포소리에 뜬눈으로 지새우는 밤이 있었다 성가시게 대드는 놈 잡으려다 내 손으로 내 볼 따귀 때리고 반사적으로 내리친 헛손질에 손바닥만 불이 난다 오호! 요놈 봐라 손바닥 내..
    05-07 21:14
  • 사랑만 하며 살고 싶다
    언제쯤일까 바람에 실려 간 세월 꿈속에서도 길을 헤매며 애타는 그리움 들꽃으로라도 피어볼 날 언제쯤일까 세월의 진한 향기 온몸으로 받아들여 빗물 되어 흐르는 그리움에 서러운 사랑을 울어볼 날 언..
    05-06 20:20
  • 민들레
    돌고 돌아가는 억겁의 긴 여정 세상만사 등 돌리고 싶다 하려만 윤회 길 돌시 도니 하얗고 노랗게 고개 내밀고 있어 뜻 깊은 내리사랑 잇는 네 아름다운 마음 어떤 모습하고 화답할고 ◇최윤업 = 한국시..
    05-03 21:02
  • 석채화(石彩畵)
    태고의 순수한 색감 찾으려고 장복산 기슭, 골골마다 헤맨 열정 나약한 손으로 채집한 혼불 불어넣을 황토와 돌가루 혼신을 쏟아 부은 화폭 속 첼로도, 맨발의 여인도 피보다 붉은, 새 생명 창조되는 새..
    05-02 21:36
  • 병동의 어머니
    어머니 햇살 이고 계신다 늙은 세월이 굳게 잠긴 언어로 눈동자, 통한의 눈물을 흘리신다 피가 풀어놓은 뇌혈관 터져 기억 넘어 언어들 무수히 묶어놓았던 그날 밤 어머니 누어 계신다, 일으켜 세우는 눈..
    05-01 21:37
  • 사랑나무 3
    내나라 사람 형편 좀 풀렸다고 말로만 찾는 애국 가슴엔 외국을 품고 허영을 좇아 떠나는데 넓디넓은 지구촌 꿈의 땅이라고 만리타국 찾아온 저들에게 부여된 공간은 세 뼘 남짓 여전한 규제와 배타적..
    04-30 21:37
  • 좋은 시를 찾아서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린 무심한 칼날 심장으로 스며들어 수동이 된다 뛰지 못하는 가슴 한 켠 방망이로 두들겨 외쳐 보지만 공중 곡예처럼 위태한 불안 기름칠해도 돌지 않는 붉게 녹슨 쳇바퀴 한 움큼 던..
    04-29 21:05
  • 건반 위 손가락
    양 손가락 건반 위에 머문다 고른음 맞춰 옥타브를 탄다 은구슬 금구슬 물방울 구르는 음색 높은음자리표 낮은음자리표 자리 지켜 순항에 뱃길 열 듯 협화음 골라낸다 함-마 헤드에 얻어맞은 현 그 울..
    04-26 21:19
  • 바람과 현수막
    빌딩에 매달린 현수막이 미친 듯 울부짖는다 바람 세차게 부는 날 귀신 곡하는 소리를 낸다, 퍽퍽 벽을 때리며 돌덩이 던지는 소리를 낸다 어마어마하다 무섭고 괴상하다 머물지 않으려는 자를 억지로 품어..
    04-25 21:12
  • 무제
    하루를 반성하며 낮은 곳을 바라봅니다. 가끔은 기다리는 여유도 필요한 날 상처투성인 영혼이 세상 속으로 빠져 듭니다. 살면서 지은 죄는 평생 갚아도 부족한 속죄고 받은 상처들은 두고 두고 기막힌 흔..
    04-24 21:53
  • 왜가리와 백로
    잊지마라, 왜가리야 너희들이 새라는 것을 허공 같은 나뭇가지를 차지하며 사는 것이 힘들지라도 그래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그래도 함께 웃어야 한다는 잊지마라, 백로야 행여, 네가 왜가리를 적으로 생..
    04-23 21:36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