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17일 화요일    단기 4351년 음력 6월5일(庚戌)
  • 눈물
    비가 오지도 않은데 돌아서는 걸음은 추적추적 다리에 치마가 감겼다 눈에도 벽이 서든가 눈에 서서 자라는 벽, 앞이 흐릿하다 행로의 변경은 필수불가결 마음이 물처럼 스며들어 작은 바람 한 조각 물결로..
    12-26 21:05
  • 노을에 물드는 이여
    혼자 걸어야 하는 길 세상과 어울림의 한마당을 펼치고자 죽음의 그림자를 환한 빛으로 승화시키는 벗이여 생의 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죽음의 선고를 담보로 예술혼을 불태워 올리는 나의 벗이여..
    12-25 20:12
  • 사랑과 고무신
    그 사람 거꾸로 신은 고무신, 꽃잎이 아름답다 변하는 것은 아름답다 했는가 그 아름다움을 위해 변해야 하는 마음, 그것은 슬픈 아름다움이다 한 때 사랑했던 그 사람 지금도 사랑해야할 그 사람 간격과..
    12-24 20:22
  • 홀로반가사유상
    얼굴과 손등에 보풀보풀 녹이 일었다 눈물은 날 때마다 눈 가 주름에 모두 숨겼는데도 마음이 습한 날은 녹물이 꽃문양으로 번지기도 하였다 오래도록 손때가 타지 않은 저 불상의 응시는 일주문 밖 종일..
    12-21 21:42
  • 구겨짐에 대하여
    순백의 솔기를 따라 구겨진 아침을 편다 안개가 자욱한 날 아침 그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지구본을 돌리 듯 와이셔츠 앞섶과 등받이 남은 한 쪽의 앞섶을 지나 소매 끝에서 어깨선까지 달리는 난간에 이르..
    12-20 21:18
  • 살풀이
    너는 가고 내 핏줄 속에 송이송이 꽃 피우던 너는 가고 너의 그 많은 이름자만 핏줄타고 흘러다닌다 모서리가 많은 너의 이름자 가시 되어 나의 내벽을 할퀴고 다닌다 나는 안다 이 피 다 뽑아야 이 가..
    12-19 21:33
  • 티눈이 자란다
    어떤 사람에겐 터널이 누군가에겐 지름길이다 계단이 납작 엎드려 공황장애를 앓고 바람은 계단의 꼭대기에서 춤춘다 먹구름을 배달한 까치들 조명 꺼진 터널을 지나가는데 셔터를 내린 그의 눈은 아직 겨울이..
    12-18 21:01
  • 겨울 강
    저 겨울 강을 보라 아주 명료하지 않는가 떠오르는 음모론 모두 지우고 코미디 같은 유년이 얼고 있는 늪지 겨울 강 밑으로 흘러가는 저 건조한 웃음 속에 선망처럼 떠오르는 적막 하나 유전적 가치관 털..
    12-17 21:18
  • 잔고이계향
    그대 인생의 잔고는 얼마인가 사랑의 잔고는 얼마이며 행복의 잔고는 얼마이며 희망의 잔고는 얼마인가 그대가 태어날 때 가지고 온 선의 잔고는 얼마인가 오늘을 돌이켜 봉사의 잔고는 또 얼마인가..
    12-14 22:14
  • 절절 사윤수
    대비사 돌확에 약수가 얼었다 파란 바가지 하나 엎어져 약수와 꽝꽝 얼어붙었다 북풍이 밤 세워 예불 드릴 때 물과 바가지는 서로에게 파고들었겠지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꽉 잡고 놓지..
    12-13 22:04
  • 와우재를 넘으며 김창석
    초등동창들의 웃음소리도 목사님 설교 넘치던 동창교회도 이제 한갓 지나간 꿈이다 인생 칠십 고개에 다시 찾아드니 훌쩍 자란 소나무는 낮달을 긴 목에 걸고 그 향기를 그대로 전해준다 가산산성 넘던..
    12-12 22:05
  • 출사 김성희
    자꾸만 나른해지는 게 가슴골에 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내 안에도 봄이 오는 줄 알았다가, 그랬다가 대구 제일영상의학과와 경대병원을 전전했다 피었다 지는 안타까운 꽃 말고 피어서 안 될 꽃이 필까..
    12-11 21:40
  • 6월에 일어나는 일 김기갑
    하얗게 널브러진 아카시아 꽃도 땅바닥에 다 떨어지고 오월의 신부 발걸음도 멈춰선 자리도 6월의 뙤약볕에 무릎을 끓는다 개구리 우는 소리만 들리던 들녘엔 모심는 이양기 소리만 들리고 정자나무 밑에 모..
    12-10 21:04
  • 시간 김경숙
    달팽이가 벽에 붙었군 참 부지런히 어디로 가나 어느 순간 달팽이가 없다 느린 보의 걸음이 벌써 참 부지런도 하다 태어남을 의식하며 시간의 바퀴에 매달린 나를 봤다 참 부지런히 어디로 가나 열심히..
    12-07 22:15
  • 탈출 권선오
    바람소리만 들어도 무섭다 흔들리는 땅의 울림도 무섭다 주위에 모든 것이 무섭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도둑질하다 들킨 고양이마냥 자세는 움츠려들고 머리는 얽힌 실타래처럼 복잡다 모든 시선이 두렵고..
    12-06 21:41
  • 지금, 여기, 이 순간 김인강
    눈을 감고 뺨을 스치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파란 하늘과 연두 빛 세상은 온갖 새들을 초대해 축제를 열고 나부끼는 풀 향기로운 꽃들도 태양 아래 고즈넉이 즐기고 있다 속으로 끙끙대던 일들도 꼭대기..
    12-05 21:29
  • 떠나는 바람
    파도는 흩어져 그리운 이들 눈물을 삼키고 물이 되어 갑니다 저 혼자 불다 떠나는 바람 바라보면 그리워도 보내야 할 그대와 슬프게 서 있어 가슴 언저리에 맴도는 아쉬움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아름다움..
    12-04 21:45
  • 저믄 기와 강은주
    며칠 전에 산산조각 날 운명의 오래된 기왓장을 몇 장 들여놓았다 신라시대 경순왕의 마지막 밤 비바람을 막았을지도 모를 숱한 비밀을 안고 있는 태고원 처마 밑의 물받이로 새 역할을 줬다 이 상황을..
    12-03 21:14
  • 마미눈 성군경
    참 알 수 없는 것이 춤이다 바다 건너 먼 곳에 있었던 해태가 ‘지금 누구를 사랑하는가’하고 물었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했다. 변함없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다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
    11-30 21:53
  • 미소
    황금들녘 고개 숙인 벼 이삭의 마음을 담아 옷을 만들었습니다 높은 가을 하늘 청량한 푸르름으로 옷감을 물 들이고 조각조각 단풍 오려내어 수를 놓으니 들국화향 피어나는 옷이 되었습니다 그 옷 입으니..
    11-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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