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말에는 늘 여지가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깊숙이 끌어안는 여유와 부드럽고 넉넉한 여백,
어떤 대상이든 결코 혼자 차지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어법으로 자기화 하면서도 언제나 그 누구와도 함께 나누려는 마음자리,
더 나은 말로 채워지기를 기다려준다.
어느 순간이든 어디서나 한결같이
다른 사람 몫으로 빛날 수 있는
빈 데를 넉넉하게 남겨둔다.
하지만 오래 삭인 것 같은 그 사람의 말은
그 누구의 말보다도 웅숭깊다.
날개를 달고 눈부시게 날아오르기도 한다.
대상을 결코 사로잡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높고 그윽하게 사로잡는다.
◇이태수=1974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 <회화나무 그늘>
<침묵의 푸른이랑> <침묵의 결> <따뜻한 적막>
<유등연지> 대구시문화상(1986, 문학)
동서문학상(19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
천상병시문학상(2005) 대구예술대상(2008) 수상
<감상>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것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눈은 영장류 중 유일하게 인간에게만 진화된 흰자위 덕분이다. 하물며 말의 힘이란! 말이란 원래 상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나 혼자면 따로 말이 필요 없다. 그래서 말을 잘 하려면 경청이 먼저다. 온통 자신의 말을 쏟아내기 바쁜 요즘, 시인의 ‘그 사람’ 처럼 다른 사람의 말을 깊숙이 끌어안는 여유와 다른 사람 몫으로 빛날 수 있는 빈 데를 남겨두는 넉넉함으로 나를 채우고 싶다. -달구벌시낭송협회 조무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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