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산길 헤쳐 오르다
뾰족바위 지나
돌계단 내려서면
후두둑
낙엽 떨어지는 소리
저렇게 황홀하게 투신하는
저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인가
기다림의 끝인가
그래, 저건
내 마음 한쪽이
무너지는 신음 소리.
◇이명혜=<우리문학>등단, 경희문인협회
시집<지금 나는 흔들리고 있다>,
<밤마다 키질로 얻은 보석>외
<감상> 가을에 오르는 산행은 형형색색의 화려함을 더해 주어 심미안을 가진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쁨일 수도 있지만, 혹자는 외로워질 산을 위한 동행의 개념으로 산을 오르는 이도 있으리라. 크고 작은 바위들을 지나 돌계단을 내려설 때 화려하게 빛났던 단풍 든 잎들이 낙엽 되어 떨어지는 것을 목격한 시인에게는 아픔이었나 보다. 단풍이 들기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잎들의 꿈은 이루어지는 순간 얼마 지나지 않아 낙하(落下)의 비운을 맞이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 꿈을 포기할 수는 없다. 사람은 이와 달리 자연에 순응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크고 작은 욕망이 어떻게든 가지 끝에 오랫동안 매달리고자 하는 미련을 가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 이유로 시인의 마음 한쪽이 무너져 신음하는 소리가 낙엽과 함께 뒹구는 건 아닐까. -김사윤(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