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솔기를 따라 구겨진 아침을 편다
안개가 자욱한 날 아침
그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지구본을 돌리 듯
와이셔츠 앞섶과 등받이 남은 한 쪽의 앞섶을 지나
소매 끝에서 어깨선까지 달리는 난간에 이르러
액셀레터를 힘껏 밟는다
중앙선을 선명하게 지켜야하니까
또 그녀는 목덜미를 부추겨 칼라에 온 신경을 써야한다
실추된 그의 자존심을 빳빳이 세워야 하므로
눈을 뜨는 햇살과 그의 일주일치 아침을
옷장 속에 가두면서도 내내 그녀는
다시 구겨지리라는 생각은 않기로 했다
오직 펴는 일만이 그녀의 몫일 뿐.
알 수 없는 먼지의 입자들을
끈끈이 테이프로 건져내는 그녀의 손은 떨린다
분무질을 하고 무릎을 꼿꼿이 세워
삶의 무게로 달군 니크롬선이 지날 때면
가랑이 끝에서부터 힘겨운 그의 하루가
올 사이로 피어올라 코끝이 맵사하다
하루의 하중을 견디기 위해 이 가녀린 올들이
얼마나 많은 인내로 버텨야했을까
퇴근해서 돌아온 그가
조끼를 뒤집어 입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그녀는 유난히
봄추위를 탄다.
◇정숙=1996년 문예한국 신인상 등단
동서문학회 제8대 회장 역임
제19회 경기문학상 수상
시집 ‘여자는 흔들릴 때가 아름답다’
<해설> 하루를 살아가는 일과는 구겨진 아침을 펴며 액셀레터를 힘껏 밟고 칼라에 온 신경을 쓰며 중앙선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다림질의 모티프로 펼치고 있는 이 시의 역설은 ‘조끼를 뒤집어 입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비극적 아이러니에 있다. -백운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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