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손등에 보풀보풀 녹이 일었다
눈물은 날 때마다 눈 가 주름에 모두 숨겼는데도
마음이 습한 날은 녹물이 꽃문양으로 번지기도 하였다
오래도록 손때가 타지 않은 저 불상의 응시는 일주문 밖
종일 방문턱을 넘어 오지 않는 기척을 기다리느라
댓돌에 신발 한 켤레는 저물도록 가지런하다
낡은 얼레처럼 숭숭한 품에서는
시간이 연줄보다 빠르게 풀려나갔다
두어 자국 무릎걸음으로 닿을 거리에
아슬하게 세상이 매달려있는 유선전화 한 대
간혹 수화기를 들어 팽팽하게 세상을 당겨 보지만
떠나간 것들은 쉬이 다시 감기지 않는다
몇 날 열려진 녹슨 철 대문 틈으로
아침볕은 마당만 더듬다가 돌아서고
점심엔 바람이 한 번 궁금한 듯 다녀가고
달만 저 혼자 차고 기우는 밤은
꽃잎에 달빛 앉는 소리도 들리겠다
누워서 하는 참선은 하도 오래여서
반듯이 의자에 앉는다
오늘은 강아지 보살 고양이 보살도 하나 찾지 않아서
한 쪽 다리는 저려서 들어 포개고
한 손은 눈물을 훔치러 가는 중이었다
◇권상진=1972년 경주 출생
문예운동 신인상, 복숭아문학상 대상
한국작가회의·경주문협·모던포엠작가회원
<해설> 반가사유상마저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시간에는 반듯이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는 저려서 들어 포개고 한 손은 눈물을 훔치러 가는 중이라니… 이 놀라운 해학 속에 이 시대의 비극이 도사리고 있다. -백운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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