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헝클어져
헝클어져라 머리칼마다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검푸른 원망들은
와이셔츠로 스며들며 진득거려라
올올히 진득거리는 내 안에 원망들
분노의 폭탄으로 회오리쳐
땀에 절인 가방 초조히 만지작거려라
그러나
乙이 된 죄로 비굴을 꼬옥 품어 안고 무릎 꿇어라
2.
법의 잣대로 흔들어 봐라
읍소하라 매달려라
그러나
甲은 수금을 못하고 있는 또 누구의 乙이 되어
빈손으로 허공만 바라보네
구름이 몰려와서 천둥 치면 풀린다더니
장마가 시작되면 흠뻑 적시게 해준다더니
돈가뭄이란 말만 주절거리는 저 甲의 얼굴
‘에이, 저 면상에 침이라도 뱉어 버려?’
그러나
이 몸은 저 자세로 고개 숙여라
납품하고 사정하는 乙임을 명심하여라
오늘도
쏟아지는 빗속
젖은 몸으로 터덜터덜 흔들려가는 내 그림자여
◇박형순=시인, 수필가, 소설가로 활동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IBK 기업은행 지점장, ㈜ 영신 cfo (역임)
제10회 모던포엠문학상 2013년 최우수신인상
<해설> 하루하루 우리들의 생활 속을 들여다보면 돈이 모든 활동에 있어서 기본을 이루고 있다. 그것은 늘 들이쉬고 내쉬어야 하는 공기나 늘 먹어야 하는 밥, 물 등과 같이 우리가 존재하는데 필수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돈은 인간 욕망의 한 정점을 이루기도 한다. 현대 사회 속에서는 모든 것들이 돈으로 환상 되고 거래된다. 그래서 우리는 황금 피라미드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른다. -전형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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