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맑은 한 날의 오후,
놀라워라 손닿을 듯 가까이
산 중턱에 내려앉은 운무(雲霧)
한 폭의 그림으로 살아나
창틀 액자에 걸린다
자연이 빚어준 최고의 선물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손가락 틈새 빠져 나가는 시간
그렇게 물안개도 걷히고 나면
산자락도 그 형상 현현(顯現)하리니
산다는 건 무엇이 남고 떠남일까
잠시 멈춰진 기억의 흔적에서
어제의 나를 찾는 감회(感懷)
다시 돌이킬 수 있다면
후회와 미련 따위는 남기지 않겠지
해즐넛 향 커피 잔에
외로움이 눈물처럼 묻어난다
◇오미경 = 아시아문예 등단
<솔빛 수필문학회> <수필문예회> 회원
<해설> 청명한 하늘 아래 커피 한 잔의 회상이 정금빛처럼 반짝인다. 그 향기에 따라 살아온 날들이 해즐넛 향 커피에 일렁거리고, 그날의 기억들이 아슴아슴 살아온다면 다시는 후회와 미련을 하지 않겠다는 화자의 단호한 비장미가 묻어난다. 한데 우리의 삶에는 완벽이란 없다. 때론 후회도 하고 더러 미련을 들쳐버리지 못해 가슴앓이도 하는 것이다. 거기에 차 한 잔의 의미가 고독하게 앉아있을 테니까?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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