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6
울 엄마-6
  • 승인 2018.02.1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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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꾸부정한 그림자가 휘청거렸다

포르말린 냄새가 내 코끝을 감았다 놓는다

오도카니 앉아 있는 울 엄마

곁으로 탱탱한 햇살 하나 눈을 쫑긋 세운다.

주검의 조각들이 얼굴에 두껍게 앉아있고

평생을 같이한 팔 하나는 잎사귀 다 떨어뜨린 나무처럼

그늘 하나 세우지 못한 채

한 옆에 툭 떨어져 있다

병상마다 누워있는 노인들 주변으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꺼먼 죽음이 칭얼댔었고

가끔 쿨럭이는 기침소리가 적막을 깨웠다

더러 헛소리 하나가 햇살 비낀 창문 틈으로 사라지기도 한 병동

울 엄마는 무엇이 소원하여 저렇게 동그마니 앉아있을까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린 날들이 아쉬워서

바람맞힌 남편 기다린 청춘의 아까움 때문일까

툭 툭 어깨 꺾는 그림자 사이로

내 상심한 한숨이 포르말린 냄새에 섞여

간호실 옆에 서 있다

◇제왕국 = 1953년 경남통영출생/ 통영문인협회·수향수필문학회장 역임
 낙동강문학 기획홍보이사/ 대구신문 名詩작품상 수상

<해설> 화자의 어머니는 3년 동안 노인병원에 계시다가 2015년 가을이 한창 익어갈 무렵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병명은 뇌경색으로 인한 중풍과 실어증. 복도에 들어서는데 꾸부정한 그림자가 휘청거렸다는 것은 화자 자신이리라. 상심한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는 살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자의 어머니는 병상에 오도카니 앉아있다. 그건 삶에 대한 희망이다. 누구에게나 생의 끈은 아름다운 것이다. 비록 돌아갈 수 없는 하이얀 삶이라 하더라도 그렇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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