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되지못한 멍청한 겨울비가 /연인들에게 구박당한 채로 처량하게 홀로 내리고
스레트 집 “개 조심” 양철대문이 짜증스런 비명으로 열리면 /송곳니 없이 정적만 흐르는 마당에 /에고이즘이 거부의 손사래를 치는 곳을 지나서
싸늘한 철거 계고장을 품에 안은 여닫이 방문을 열면 /오로지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지청구 초침은 /정작으로 옛날로 부터 벗어나지 못해 /허기 진 심장에 나른하게 의지하여 /신문지 벽 녹슨 못에 뒷덜미를 꿰인 채로 /나치 패잔병처럼 쩔뚝이며 /핼쑥한 둥근 얼굴을 애증 가득히 도돌이표로 애무하고 있다
두어 골목 건너 /익살스러운 엿장수 가위 하나 “소변 금지” 벽돌 담장의 /살뜰했다가 등을 돌린 이웃집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달을 향해 두둥실 올라갔다
몸서리치게 거대한 불통(不通)의 그림자는 /간사한 언어로 태양을 꼬드겨서 종일토록 태양은 우리를 외면했다
동짓날 으스름 저녁 /비타민D가 부족한 우리는 피죽 한 그릇 먹지 못하고 /휑한 가슴에 굴러들어 올 흥부의 박이 하나도 없다 /성탄절 캐럴은 벙어리가 되어 어지러운 허공을 헤매고 /삭풍은 바짓가랑이를 넘나들며 체온계를 하강시키면
하이드가 위선의 탈을 쓰고 활개 치는 몹쓸 세상에 /동지팥죽을 퍼붓고 나른한 태엽을 힘차게 감아 줄 /김옥균의 심장을 가지고 올 별주부가 필요하다 오늘은...
2016년 12월 동짓날 저녁에 별.
◇김대성 = 대구産,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
현 한국시민문학협회 감사·고문
<해설> 어떻게 저토록 깊은 고통을 겪게 내버려 둘 수 있었을까, 어떻게 스스로에게 저렇게 지독한 아픔을 줄 수 있었을까. 몹시도 마음이 아팠지만, 스스로 위로했다. 내가 나를 위로하니 눈물이 더 난다. 거울에 손을 뻗어 눈물어린 그 얼굴을 쓰다듬으며 약속한다. 두 번 다시는 나를 저토록 아프게 만들지 않으리라고.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뫼비우스 띠 절대고독 속에….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