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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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2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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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빼 입은 청송 댁 뒷산 올라 빈 광주리에 고사리 가득 채운다.

어린 나이에 옆집 아저씨 후처로 들어와서 피붙이 하나 없이 혼자 살았지, 고사리 꺾는데 동네에서 아무도 따라갈 수 없지 재바르고 는실난실 잘록한 허리 노래 잘하고 술도 잘 담그는 청송 댁, 모처럼 친정 가면 말도 잘하지 “이기 뉘기여, 우리 강생이 왔네 어데 한번 보자 젖 몽우리가 몽글몽글 생기는 것이 아담 시리 컸다이” 앞치마 질끈 동여매고 산그늘에서 고사리 꺾던 그녀가 자주 부르는 노래는 진주 난봉가 노래에 취하고 봄볕에 취하여 동네 느티나무 그늘에 쉬는 남정네들 앞에서, 앞 춤이 불룩하도록 꺾은 고사리 패대기치고 오리 궁둥이 흔들지 짝다리 웃돔에 사는 춘산 댁 달걀 몇 꾸러미 들고 턱 받치고 부부 동반 장 나들이 가는데, 아이고 내 신세 이게 뭐여 길바닥에 싸 갈긴 소똥만도 못한 신세타령 막걸리에 취하면 해실혜실 몸 풀어지는 바람에 삼동서 모두 눈총 주어 늘 외롭지 앞 냇가 빨래도 혼자 할 때도 잦네 은근히 보쌈이라도 당하길 은근히 바라는 청송 댁, 올해 도망갈까 내년엔 갈까 말까 생각도 많던 청송 댁, 지금은 초가집처럼 뭉개지는 만큼 주름살 깊어가네!




 ◇오상직 = 경북 의성 출생.
 아시아문예 등단·형상시문학 이사로 활동
 공저 <허공을 얻다> 외 다수


<해설> 삶은 기다림의 연속. 언제쯤 적당한 온도, 적절한 물기가 깊숙이 배어들까. 어느 때에 이르러 나를 개방하고 너란 존재를 받아들여야할까. 씨앗을 뿌렸다 해서 아무 때나 싹이 나는 것은 아닐 것인데 당신이 숲으로 와주지 않아도, 오늘도 많이 웃고 더 크게 자라날 것입니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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