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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좋은시를 찾아서

돌고 도는 선풍기

기사전송 2018-06-06, 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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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돌아간다
저녁에서 새벽까지
거실에서 베란다에서
쉼 없이 돌고 돈다



불면증에 걸린 나의 뇌가
회전을 하다가 멈추다가 오밤중에 눈을 떠
사방을 살핀다



열대아의 밤,
시계는 2시를 향해 같은 보폭으로 걸어가고
자정 넘어 베란다로 간 선풍기는 북극의 바람을 불러온다



베란다 근접에 놓인 좌탁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쿠다케” 혜성을 생각하다가 주문을 외운다



누가 뭐래도 나는, “하쿠다케” 혜성을 보았고
그 혜성의 꼬리를 잡고 가는 아홉 마리 길고양이를 보았다

어제 퇴근 무렵, 농협 하나로 마트 창고로 숨어든 길고양이들의
통쾌한 웃음소리, 여운을 남기고 사라진다



선풍기가 불러온 북극 바람의 세기는
나의 뇌를 고요한 경지로 잠잠케 하고
아홉 마리 길고양이는 5억 2800만 킬로를 달리며
빛의 광채를 흘리며 가는데,



그 광체 내 알몸에 갑옷으로 입고
반룡으로 살아낸 우울의 세월을 덥고
첫새벽, 우주의 골반을 열고 나 황룡으로 거듭나리라







◇박은숙=전북 무주 출생. <시사랑문학회> ‘그리움의 힘으로 소멸되는 것들’로 등단.



<해설> 지구에서 우주까지 언어의 영역을 펼치는 화자의 깊은 고뇌가 심상으로 다가온다. 그 골반의 우주에도 선풍기는 존재하는 것일까? 저 북극 찬바람을 몰고 오는 바람의 세기에 그만 고요의 경지로 침잠하고 마는 화자…. 아홉 마리 길고양이가 달려가는 5억 2,800만 킬로의 빛의 속도에도 움쩍 않는 우울의 갑옷을 입은 열대야 밤에. -제왕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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