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돌이가 마당 가 감나무 그늘에 누웠다. 6개월짜리
아이/ 옆구리를 젖은 땅에 맡기고, 팔자 좋게, 팔다
리는 저만큼 다 내던지고/ 긴 혀는 뿌리 뽑아 늘인 채,
정말 꼭 죽은 모양으로
땡감 하나, 눈앞에 툭, 떨어져 억만 년 잠에서 네가
돌아오기 전에/ 찬찬히 뜯어본다
처음 내 집에 오던, 생후 2개월에는/ 마루 밑, 뒤안
깊숙이 새 신발도 물어놓고 혼자 집 보고 놀다가/
대문 열리면 귀를 휘날리며 달려와 안기는 미운
강아지였다가/강가에 나가 풀어주면 풀섶에 납작
엎드려 먹잇감 노리는 사냥개로 변신,/ 그러는 사이
목에도 뒷다리에도 살이 퉁퉁 올라 마당 꽃밭 다
짓밟아 헝클어놓고/ 지금은 목줄이 허용하는 한계
선에서, 엉거주춤 뒤로 앉아 끙끙 누는/ 똥내음도
정겨운 똥개가 되어, 밤낮없이 늘어져 잠이나 자고
있지만/야생에서 사람 세상에 내려와 먹이 기대어
살아온 너의 오랜 생애가/ 참 눈물겹다, 머리맡의
감나무 그늘 휑해지고 짙어지기 몇 번이면/ 그 오랜
잠도 끝나고, 그러면 나는 안다, 네가 또 어디로
갈 것인지
더불어 그 길 밖에 다른 길이 없음을,/ 그 외길에서
너와 내가 이렇게 만나/ 숨 내쉬고 밥 나눠 먹으며
잠시 여기 머물고 있을 뿐임을,
◇배창환=경북 성주 출생
1981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잠든 그대>, <겨울 가야산>
시선집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등
<해설> 제목이 독특하다. 어떤 사람의 행적을 기록하고, 교훈적인 내용이나 비판을 덧붙인 열전, 사전(私傳)처럼 진돌전(傳)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아무튼 진돗개의 일상을 자잘한 언어로 맛깔스럽게 썼다. 화자의 ‘안다, 네가 또 어디로 갈 것인지’ 비유적 암묵적 단어 쓰임이 아닌가. 제 주인의 충실한 진돗개, 하지만 그도 똥개인 작금에는 어이하랴. 뻔한 길목에 서 있다는 자괴감을….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