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탁자 머구리 한 마리
막걸리 한 사발로 숨 고른다
반쯤 벗어 내린 슈츠에서
뚝 뚝 바닷내 나는 오후가 떨어지고
마른 멸치 똥 발라내는 문 밖에서
삼천리를 달리고 싶던 자전거는 기운다
일흔 생 만조로 차오르도록
장가 한 번 못 가고
포구에 붙어사는 목숨이지만
바다만은 옳게 접수했노라 호기 부렸으니
궂은 날 물질도 겁낼 수 없다
까짓것 이판사판
촌 다방 가스나 하나 들러붙지 않는 몸이지만
실마리 아득한 바다
와락 안고 뒹굴다 나와도 살만하다
◇권선희 = 춘천 출생. 1999년 <포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집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해설> 일흔의 떠꺼머리 사내가 숨 고르는 막걸리 한 사발이나, 다방 가스나 한 명도 들러붙지 않는 삶이나, 바다 와락 안고 뒹굴다 나와도 살만하다고 말하는 그 말 속에서나, 아픔이 울고 있다. 아니, 더 깊이 울고 있다. 시인은 이를 두고 “충분한 슬픔”이라고 말한다. 사내의 일상이 쓸쓸함으로 일렁이는 한가로운 어촌 풍경이 왠지 낯설지 않다. -정광일(시인)-
막걸리 한 사발로 숨 고른다
반쯤 벗어 내린 슈츠에서
뚝 뚝 바닷내 나는 오후가 떨어지고
마른 멸치 똥 발라내는 문 밖에서
삼천리를 달리고 싶던 자전거는 기운다
일흔 생 만조로 차오르도록
장가 한 번 못 가고
포구에 붙어사는 목숨이지만
바다만은 옳게 접수했노라 호기 부렸으니
궂은 날 물질도 겁낼 수 없다
까짓것 이판사판
촌 다방 가스나 하나 들러붙지 않는 몸이지만
실마리 아득한 바다
와락 안고 뒹굴다 나와도 살만하다
◇권선희 = 춘천 출생. 1999년 <포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집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해설> 일흔의 떠꺼머리 사내가 숨 고르는 막걸리 한 사발이나, 다방 가스나 한 명도 들러붙지 않는 삶이나, 바다 와락 안고 뒹굴다 나와도 살만하다고 말하는 그 말 속에서나, 아픔이 울고 있다. 아니, 더 깊이 울고 있다. 시인은 이를 두고 “충분한 슬픔”이라고 말한다. 사내의 일상이 쓸쓸함으로 일렁이는 한가로운 어촌 풍경이 왠지 낯설지 않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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