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매운 볶음을 먹었다
사나흘 내내 볶인 주꾸미처럼 내장을 오그린다
매움에 곁점을 찍어야 했는데
주꾸미와 볶음에 점을 찍느라 매움을 건너뛴 까닭이다
요점이 되는 것을 건너뛰는 내 버릇은
소화되지 않는 맛을 들이키고
속이 오그라드는 통증에 맞서느라
자주 힘겹다, 실은 견디느라고 힘이 든다
매운 주꾸미 볶음이더라도
매움과 볶음에 곁점을 찍고 주꾸미를 건너뛰었을까 마는
사람의 매운 맛을 건너뛴 끝에
석 달 열흘 호되게 오그라들던 때가 있었다
견디는 것은 맞서는 것의 다른 이름
또 덥석 베어 문다, 곁점을 찍고 있다
◇신순말=경북 상주 출생.
2013년 시집 <단단한 슬픔>으로 등단.
<해설> 매움과 곁점(방점)의 절묘한 배합이다. 어떤 사실의 요점에 곁점을 찍듯 우리 삶의 마디마다 그런 순간이 있다. 매움과 볶음의 서로 다른 이름 위에 곁점을 찍듯이…. -제왕국(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