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
염원
  • 승인 2018.06.2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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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국

배를 띄운다

마음 없이 곤두박질치는 서녘노을

밥상보에 덮여있다.

배는 천리만리 굽은 갑(岬) 너머 꽃잎처럼 흘러가고

내가 띄운 저 배는

몇 만리 끌고 온 그리움 명치에 새겨

내 어이 슬픔이나 나누며 정겨워할까

마음 너머 아득하게 시선 꺾어지고

뒤돌아보면 벼랑 위에 선 목숨인 걸

무슨 인연 맞닿아 저렇게 벚꽃은 흥청망청 피었을까

핏빛 염원 소지(燒紙) 날리며

한 점 붓끝에도 핑 도는 눈시울, 바다여

배 한 척 흘러온 그게 내 염원이었을까?

풍랑 만나 돌아올 수 없는 그 너머에 내 배는

폐선처럼 가라앉고 있을까

내 마음 실버들처럼 물결치고 있는데

띄운 그 염원 가득 실고

기쁨 펄럭이며 배는 올까

◇제왕국 = 경남 통영 출신. 시민문학협회
자문직을 수행하고 있는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등에서 활동 중이다.
시집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등이 있다.

<해설> 염원의 그 끝에는 무엇이 살까? 기다림보다 더 아쉬운 그리움이 살까? 배가 염원으로 환치됨으로써 생의 굴곡진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삶은 벼랑 위에 선 파랑 같은 목숨이지만 꽃은 언제나 피고 지듯이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는 염원 위에 있다. 비록 풍랑 만나 돌아올 수 없는 처지일지라도 염원 놓지 않으려는 화자의 저 핏빛 기원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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