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와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
최순실 게이트와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
  • 승인 2016.10.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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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논설실장
소위 ‘최순실 게이트’가 엄청난 파장을 불러 왔다.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 요구도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안타깝고 안타까운 일이다. 대한민국의 불행이기도 하다. 더욱 우려스런 걱정은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떤 결론을 불러올지 예측조차도 힘들다는 점이다. 불확실성이 주는 공포감이 전 사회를 엄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국가를 만들고 대통령도 선출하고 했는데, 지금의 상황은 기대한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사태가 주는 뼈아픈 교훈을 냉정하게 되새겨야만 한다. 그래야만 ‘제2의 최순실 게이트’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현상에서 결과엔 원인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원인을 근본적으로 없애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유권자인 국민 모두도 냉철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교훈을 주는 명언이 있다. 군자의 바른 도를 일컫는 말은 너무도 많으나, 그 중에서도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군자는 붓끝, 칼끝, 혀끝의 3가지 끝을 삼가야 한다는 말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금과옥조이다. 군자는 문사(文士)의 붓끝, 무사(武士)의 칼끝, 변사(辯士)의 혀끝을 피해야 한다. 군자는 모든 일에 신중해 분쟁에 휘말리는 일을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깃털과 굽은 부리를 가진 새를 새들도 두려워하고, 물고기 가운데 입이 크고 아랫배가 살찐 것을 물고기도 두려워하며, 사람들은 말솜씨가 좋고 말수가 많은 사람을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군자는 문필에 능한 사람의 붓끝과 무예에 뛰어난 사람의 칼끝, 말을 잘하는 사람의 혀끝을 피해야 한다(是以君子避三端 文士之筆端 武士之鋒端 辯士之舌端)’는 문장에서 유래됐다.

중요한 것은 위의 세 가지 끝이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고 타인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은 ‘무욕이(無欲易) 피명난(避名難)’이라고 했다. 즉, “욕심을 없애는 것은 쉬우나 유명해지는 것을 피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다. 욕심을 버리는 것은 자신에게 문제의 향방이 달려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노력에 따라서 성과 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명해지는 것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어지는 것이 아니고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라는 의미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혀끝을 피하지 못한 우를 범했다. 최순실의 혀 끝은 국정농단과 국기문란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유없이(?)이 허탈감에 빠져야 했고, 국정혼란으로 인해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순실의 어떤 혀 끝이 군자를 흔들어 놓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피명난(避名難)에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도 대한민국 최고의 유명인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 보다도 더 명예로운 자리는 찾기 힘들다. 이미 한 개인이 쌓아 올릴 수 있는 ‘명예의 끝’에 이른 사람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오른 후 더 이상 오를 자리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욕심을 버려도 되는 인물이다. 또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무욕이(無欲易)의 고비를 넘겼으나, 피명난(避名難)의 덫은 피하지 못한 듯 하다. 스스로 유명해질려고 했는 지 아니면 주변 인물들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더욱 유명해지도록 유도했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느 경우에나 책임은 박 대통령 스스로 져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사회의 외형은 역동성을 보일 것이다. 더 빠르고, 더 복잡하고, 더 혼란스런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미덕을 지키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정신문화를 지켜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의 대량 양산을 막는 길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군자피삼단(君子避三端)’의 교훈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그것이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남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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