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
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
  • 승인 2016.11.1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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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직
로버트 노직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로버트 노직의 <아나키,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를 비판하기 위해 출판했다. 두 사람은 같은 <정의>를 다루면서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였을까? 현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면 그 접근방법 및 해법도 다른 법이다. 마이클 센델은 정의를 공동체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면 로버트 노직은 개인의 자유지상주의 입장에서 다뤘다. 그래서 마이클 센델은 모두가 만족하는 정의를 추구한 반면 로버트 노직은 개인의 만족하는 정의에 방점을 두었다. 마이클 센델 입장에서 정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존재할 때 비로소 필요한 덕목이라고 보았다면 로버트 노직은 ‘다수가 아닌 개인이 만족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두사람은 <공동체주의 대 자유지상주의> 논란의 중심점에 서게 되었다.

1974년에 출판된 <무정부,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Anarchy, State, and Utopia)는 자유지상주의를 대표하는 최소국가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 최소국가는 전통적인 자유주의자의 <야경국가>와 매우 유사하다. 노직의 최소국가론은 자유지상주의를 대표하고 있다. 자유지상주의는 권리론의 한 극단적 형태로 개인의 권리를 절대적인 것으로 상정하고서 이를 위반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노직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생명과 자유에 대한 권리와 동시에 재산에 대한 권리도 가진다. 이러한 권리는 인간이 만든 법이나 관습 또는 계약의 결과로 파생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본연적인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권리는 사람이나 재산 모두의 공격에 대한 도덕적 금지를 강조하게 된다.

노직은 최소국가론을 주장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소유 권리론이다. 자유주의 이론에서 소유의 문제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신체의 주인이 그 누구도 아닌 개인 자신이라는 신체의 자유뿐만 아니라 그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준의 재산의 소유는 자유주의 이론의 중심 내용을 이룬다. 자유주의의 소유에 대한 혁신적인 생각은 자유주의가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 반면 능력 있는 개인이 무한하게 재산 축적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극심한 빈부의 차이를 방지할 수 없게 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소유의 문제는 자유주의가 안고 있는 가장 커다란 장점이자 가장 심각한 단점이 되기도 한다.

노직의 소유 권리론은 소유의 문제가 정의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소유의 문제는 분배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물론 소유와 분배는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에서 이 두 개념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우선 누가 어떻게 소유할 것인가의 문제가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노직은 정의로운 상황으로부터 정의로운 단계를 거쳐 발생하는 것은 무엇이나 그 자체로 정의롭다고 주장한다.

노직에게 있어서 정의는 타인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행위에 대한 절대적 제약을 포함하고 있다. 아무도 그 사람의 동의 없이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뺏을 수 없으며,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해를 가할 수 없고,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가져갈 수도 없다. 사람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를 할 권리를 갖는다. 자유와 재산에 대한 권리가 침해받았다면, 이를 교정해 주는 것이 합당하다. 간단히 말해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은 사람의 자발적 동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모든 것은 정당하다. 개인의 자발적인 동의에 이루어진 타인을 침해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정당하다. 이런 정당한 행위를 방해하려는 모든 시도는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이다.

노직의 이런 주장은 현대의 복지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으로 이어 질 수밖에 없다. 현대 국가가 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결국엔 시민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 이런 견해는 또한 정치 철학의 현대적인 이론화와 고전적인 이론화에 대한 극단적인 반론을 포함하고 있다. 공리주의자, 평등주의자, 계약 이론의 다양한 형식들, 그리고 존 롤즈와 같은, 자유주의에 대한 많은 현대의 설명들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노직의 엄격한 제한과 충돌하고 있다.

노직은 또 사람들이 타인을 방해하지 않는 한 자신이 바라는 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개별자들은 자살을 할 수 있으며, 대가를 받고 스스로를 노예가 될 수도 있다. 칸트에게 있어서, 한 사람은 이러한 일들을 하도록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행위 둘 다 사람을 목적으로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수단으로 대우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김민경·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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