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비정상의 정상화 시대’
대학의 ‘비정상의 정상화 시대’
  • 승인 2016.11.16 14: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논설실장
요즘 세상을 보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 헷갈린다. 이는 사회의 도덕과 양심이 실종된 것을 방증한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주는 교훈은 정직과 책임이라고 본다. 스스로 솔직하지 못하고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사회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잘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도 이번 사태를 통해 반성해야 할 점도 많다. 교육도시를 자처하는 대구와 경북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 현상’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을 방치할 경우 분명 최순실 게이트 이상의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남긴 ‘비정상의 정상화 현상’가운데 정점은 일반의사의 성형외과 전문가 행세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를 진료하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강남 성형외과 김모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데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외래교수로 위촉됐다. 또 김 원장 병원에 소속된 의료기기와 화장품 업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고 청와대에 선물세트를 납품됐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 정보에 김 원장은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로 등록돼 있다. 1993년 설립된 김 원장의 병원은 상류층을 대상으로 시술을 해 이름을 얻었으나 ‘성형외과’가 아닌 ‘의원’ 간판을 걸고 있다. 그럼에도 김 원장은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성형외과 외래교수로 위촉됐다. 더욱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는 성형외과가 없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비전문의가 외래교수직에 오른 것은 ‘고위급’ 입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나온다. 김 원장은 서창석 원장이 취임한 지 두 달 만에 외래교수가 됐다가 논란이 일자 2주 만에 해촉됐다.

지역 교육계도 ‘비정상의 정상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최순실이 유치원 교사 자격증도 없이 대구의 모전문대학 유치원 부원장을 지낸 의혹은 작은 사건에 불과하다. ‘5년 연속 취업률 1위’를 자랑한다는 경북의 모 전문대학은 교수들의 전공불일치 현상에 대해 무감각한 상태다. 단적인 사례로 사회복지학과의 경우 경제학을 전공한 교수가 학과장으로 재직중이다. 수학 선생님이 영어를 가르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 사회에서 대학은 그 지역 사회의 자산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자산’인 대학은 스스로 자산이라는 생각은 없고 영어 선생님을 수학 선생님으로 둔갑시키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이례적인 사례는 오히려 드문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포항, 구미, 경산 등 다른 대학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교수들마저 편법으로 자격증을 따는 것은 물론, 편법으로 획득한 자격증을 기반으로 교수로 재직중인 사람도 있다. 자격증이 없는 교수가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시대인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부실한 교원으로 인한 피해는 오로지 학생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날 대학은 사회문제를 잉태하는 인큐베이터란 비난을 받고 있다. 사회에 나서기 이전부터 편법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서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이 편법이기 때문이다. 편법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사회의 모순을 고치는 선구자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혼란스러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청소년 세대 인구절벽 현상으로 인해 각 대학마다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명도가 낮은 대학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럴수록 대학은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취업률 1위’라는 허상에 빠져서도 안된다. 취업률을 자랑하는 대학의 경우 대부분 취업의 질은 형편이 없다. 더욱이 학교 차원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의 장래보다는 학교의 평판을 위해 의도적으로 취업의 질을 도외시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저임금 세대를 재생산하는데 학교가 앞장서는 꼴이다.

교육현장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현상’은 다른 영역에 비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크고도 지속적이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구·경북이 교육도시라는 자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학부터 ‘양심’을 지키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