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독수독과의 원칙-테블릿PC는 누가 훔쳤나
언론과 독수독과의 원칙-테블릿PC는 누가 훔쳤나
  • 승인 2016.12.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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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소송지원 변호사
최근 A언론사가 최순실의 테블릿PC를 입수한 경위에 대하여 여러 번 말을 바꾸고 있어 의문이 있다. 해당 언론사는 왜 입수 경위에 대하여 말을 바꿀까?

이를 정치적으로 생각하면 너무나 머리 아프지만 법률적으로 접근하면 그 이유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절도죄를 피하기 위함이다.

우리 법에 의하면 주인의 허락 없이 남의 물건을 몰래 가져오는 경우 절도죄가 되고,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그냥 가져오는 경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되며, 주인이 버린 물건을 가져오는 경우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복잡해지면 세입자가 이사를 가면서 두고 간 물건을 버려진 물건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건물 소유자 또는 관리인의 물건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절도죄 성립여부가 달라진다. 나아가 버린 테블릿PC에 저장된 전자기록물을 마음대로 보거나 유포할 수 있는지도 문제된다.

해당 언론사는 처음에는 쓰레기 속에서 테블릿PC를 주웠다고 하였다. 이후 말을 바꾸어 최순실이 이사나간 건물관리인 허락을 받아 들어가 보니 책상에 테블릿PC가 있어 그 내용을 복사하여 나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중에는 테블릿PC 자체를 가져나왔으며, 이후 한참 가지고 있다가 검찰에 제출하였다고 말하였다. 한편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나온 사람은 테블릿PC와 책상은 최순실의 것이 아니므로 최순실이 그대로 두고 오라고 하여 그 두 가지를 두고 나왔다고 하였다.

만일 쓰레기 속에서 테블릿PC를 주웠다면 이는 주인이 버린 것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으므로 아무런 죄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주워온 테블릿PC에 대통령의 기록물 등 전자기록을 기술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함부로 그 내용을 확인하면 이는 형법 제316조의 비밀침해죄에 해당할 수 있고, 그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다만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여도 공익을 위하여 사실을 그대로 알리면 경우에 따라 처벌되지 않을 수 있지만 비밀침해죄는 예외없이 처벌된다. 따라서 주워온 테블릿PC에서 전자기록을 추출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에 해당한다.

이후 해당 언론사는 ‘쓰레기에서 주웠다’는 말을 바꾸어 건물관리인 허락을 받아 테블릿pc를 가져왔다라고 하고 있는 바, 여기서부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만일 국정조사 증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테블릿PC는 최순실이 버린 것이 아니고 두고 나온 것이므로 이를 가져오는 것은 절도죄에 해당한다.

그리고 해당 언론사는 테블릿PC를 즉시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이 아니고 이를 여러 날 언론사에서 가지고 있다가 수사기관에 제출하였으므로 ‘국가적으로 중요한 범죄행위의 증거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부득이 이를 가져온 것’으로 볼 여지는 전혀 없고, 오로지 ‘특종기사 보도용’으로 이를 가져왔다고 볼 수밖에 없으므로 절도죄가 명백하며 정상참작의 여지도 없다.

또 그 테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최순실이 사무실을 비우면서 여러 대의 PC를 파쇄하였다고 하였고 건물 관리인은 ‘책상 속에 테블릿PC가 있는 줄은 몰랐다’라고 하고 있다.

추측컨대 최순실이 해당 테블릿PC가 책상 속에 있는 것을 모르고 그냥 두고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즉, 그것을 버린 것으로 볼 수 없어 결국 주인이 버리지 않은 물건을 가져온 것이 되어 절도죄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에는 독수독과의 원칙(毒樹毒果의 원칙 : 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도 역시 독이 있다)이 있어 불법적으로 획득한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살인범에게 고문을 가하여 살해도구를 찾아내어도 그 살해도구는 살인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으로 불법을 처단하는 수사기관이 오히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또다른 불법행위로 나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이론이다.

언론의 경우도 독수독과의 원칙이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쓰레기더미에서 테블릿PC를 주웠다’는 최초의 설명은 해당 언론사 입장에서는 두고두고 치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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