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도박하여도 유죄(1)
귀신과 도박하여도 유죄(1)
  • 승인 2017.01.04 12: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소송지원 변호사
대구 변두리와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하는 A는 청도에서 식당을 하던 B에게 돈 1,000만원을 빌려 주었고, 약 1년이 지나도 그 돈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A는 B를 상대로 ‘돈 1,000만원을 갚아라’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러자 B는 경찰서에 ‘나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끔 A 그리고 식당 손님인 C, D’와 고스톱을 쳤다, 내가 고스톱을 치다가 돈을 잃어 A에게 돈 1,000만원을 빌렸다‘라면서 도박죄 자수를 하였습니다.

민법 제746조에는 ‘불법원인급여’라고 하여 불법을 목적으로 돈을 주고받거나 약속을 한 경우 그 지급 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스스로 옳지않는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법은 불법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법의 이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모든 불법적인 거래와 관련된 돈에 대하여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고 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를 목적으로 금전을 수수한 경우 그 지급 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도박빚을 갚아라는 청구, 위증의 댓가로 돈을 지급하였는데 위증을 하지 않았으니 그 돈을 돌려달라는 청구, 범죄행위를 하면 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기초로 금전지급 또는 그 반환을 청구할 경우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전부 패소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추측컨대 B도 ‘도박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어디에서 듣고 ‘내가 도박죄로 처벌을 받고 빌린 돈 1,000만원을 갚지 않겠다’는 목적으로 엉터리로 경찰에 ‘도박죄 자수’를 하게 된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A,B를 조사하였지만 C,D는 가출 및 행방불명으로 조사할 수 없어 조사를 마쳤고, 일반적으로 죄를 범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처벌하여 달라고 자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점에서 B의 자수는 신빙성이 있는 점, A는 자신이 도박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B가 명백히 A를 포함하여 4명이 도박한 것으로 자백한 점, 식당 종업원도 이를 목격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그 외 B의 자수를 뒤집고 A의 무죄주장이 신빙성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A,B에게 도박죄를 인정하였고, 법원은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A,B에게 각 벌금 50만원씩 납부하라고 약식명령을 하였습니다. B는 바로 자신이 원하던 결과이므로 콧노래를 부르면서 곧바로 벌금 50만원을 납부하였지만, A는 너무나 억울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습니다.

한편 B는 수사기관이 A의 도박죄를 인정하는 공소장(도박죄로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서류)을 민사재판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면서 ‘자신과 A가 도박죄로 처벌되었고, 1,000만원은 도박빚이므로 갚을 수 없다’라고 하였으며, A는 ‘빌려준 돈은 도박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라고 주장하였지만 법원은 수사기록 등 객관적인 증거에 더 신빙성을 인정하여 B의 주장을 받아들여 ‘도박 관련 채무이므로 변제할 의무가 없다’라고 판결하여 B가 승소하였습니다.

결국 B는 처음 목적대로 50만원 벌금으로 1,000만원 채무를 면하는 것으로 대성공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A가 정식재판을 청구한 형사사건을 우리사무실에 의뢰하였고, 이후 1심 재판을 하였습니다.

1심 재판에서 A의 유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검사는 B, 식당 종업원 E를 증인으로 불었고, 이들은 하나같이 ‘도박하다가 나온 B에게 A가 신문지에 돈을 싸가지고 전달하였다’라고 하였습니다. 판결 선고 당일 A는 법정에 출석하였고, 재판장이 ‘유죄’를 선고하자 A는 법정에서 그대로 기절을 하여 앰블랜스에 실려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되어 정신을 차렸습니다.

A 입장에서는 돈 1,000만원을 날리고 덤으로 도박전과자가 되는 너무나 억울한 일을 당하여 도저히 참지 못하고 형사판결에 대하여 항소하기로 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우리는 A,B와 도박을 하였다는 C,D를 반드시 찾아 증인으로 부르기로 하였고, C,D의 정확한 인적사항을 확인하기 위하여 동사무소 및 탐문을 하였으며 그 결과 C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즉, 같이 도박을 하였다는 C는 도박 당시부터 이미 6개월 전에 사망한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