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위에 잠자는 자 : 시효소멸
권리위에 잠자는 자 : 시효소멸
  • 승인 2017.02.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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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한국소비자원 소송지원변호사
A는 2013. 1. 20. 회식을 마치고 직원들 10명과 같이 2차 모임으로 단란주점에서 여흥을 즐겼다. 모임을 마치고 A는 회식 총무 자격으로 약간 술에 취한 가운데 아무 생각 없이 150만원짜리 청구서에 싸인을 하였고, 며칠 후 술집사장 B가 A에게 술값 150만원을 갚으라는 연락이 왔다. 그제야 A는 B에게 ‘10명이 어떻게 단란주점에서 150만원어치를 먹을 수 있나, 그 날 먹은 술 및 안주의 세부 내용을 달라’라고 하였고, B는 ‘그날 정산하고 명세서는 버렸다’라고 하였다. 회사 직원들도 ‘술값 150만원은 말도 되지 않는다, 명세서를 가져오지 않으면 돈을 주지마라’고 하여 결국 A는 B에게 약 1년 이상 돈을 주지 않았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B는 2014. 9. 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소송에서 A는 ‘청구서 싸인은 내가 한 것이 맞지만 술값이 너무 많다, B에게 여러 번 명세서를 요구하였지만 명세서를 주지 않는다, 술값 명세서를 제출하라고 판사님이 B에게 요청해 주세요’라고 하였고, 담당 판사가 B에게 술값 명세서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B는 여전히 제출하지 못하였다. 1심 판결에서 ‘15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B가 승소하였다. A는 너무 억울하여 법대 2학년인 집안 조카에게 물어 보니 ‘아재, 법대 2학년만 되면 민법에 정확히 음식값은 1년 소멸시효로 소멸된다고 배웁니다. 저도 알고 있는데 고시 붙은 판사가 그것을 모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판사가 혹시 그 집 단골인지 의심됩니다. 판사가 술집 사장과 잘 안다면 항소해도 이길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래서 회사 동료들에게도 물어보니 ‘술값 소멸시효 1년인지 몰랐나, 정말 판결이 너무 이상하다’라면서 핀잔을 들었다. A는 항소하였고, 법정에 출석하여 ‘술값 소멸시효는 1년이고 소송은 1년 9개월 후에 시작되었는데 왜 1심에서 이런 엉터리 판결이 선고되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너무 억울하다’라고 말하였다. 항소심에서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A는 B에게 술값을 지급의무가 없다’라고 판결이 선고되었다. 왜 1, 2심이 다르게 선고되었을까?

민사소송법에 의하면 민사재판의 당사자는 스스로 법적인 주장을 할 의무가 있고 판사는 당사자가 주장한 것만 판단할 의무가 있다. 1심에서는 A가 ‘1년 소멸시효가 지났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판사는 ‘술값 소멸시효 1년’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A가 ‘소멸시효 1년이 지났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므로 소멸시효 완성이라고 판결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 항소심에서는 A가 법정에서 1심 판결이 잘못되었다면서 ‘술값 소멸시효가 1년인데 패소한 것이 억울하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멸시효 주장이 있어 이제 항소심 판사는 A가 소멸시효를 주장한 것으로 보아 A에게 승소판결을 한 것이다.

참고로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법언에 따라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가 소멸된다. 술값을 포함한 음식값 1년, 공사비·물품대금·용역비 3년, 장사하는 사람(상인)에 대한 금전거래는 5년, 일반인들끼리의 금전거래는 10년이고, 항목이 중복될 때는 빠른 기간을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소멸시효를 모르거나 잘못 아는 경우가 있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물건 값은 소멸시효가 3년임에도 상사소멸시효 5년으로 착각하여 4년째에 소송을 걸었다가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웃집 사람이 어렵다고 하여 돈 2천만 원을 빌려간 후 갚지 않아 6년을 기다려 준다고 소송을 걸었는데 ‘이웃집 사람이 장사하는 사람이고 그 돈은 장사하는데 사용하였으니 5년 상사소멸시효에 해당하여 기간이 지났으니 패소’라는 판결을 받는 경우도 자주 있다. 받을 돈이 있으면 소송을 걸고 소송을 거는 것이 너무 몰인정하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중간에 다시 차용증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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