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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생활법률

판례를 만들어라 : 대리운전 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

기사전송 2017-12-21, 21: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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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한국소비자보호원 소송지원 변호사)


법은 변화되는 사회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리 제정되는 경우보다는 변화된 사회현상으로 인하여 혼란이 발생할 경우 그 혼란을 정리하기 위하여 뒤늦게 제정하고 개정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금부터 약 20년 전에는 대리운전이라는 방식의 서비스 및 직업이 매우 생소한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 아무런 법령 및 판례가 없어 그 사업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적법한 것인지, 행정청은 그 사업을 어떻게 관리하고 협력할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혼란이 있었다. 그 결과 대리운전기사의 지위를 근로자로 볼 것인지, 대리운전기사들이 설립한 노동조합 및 이들의 노동쟁의행위가 적법한 것인지에 대하여 많은 혼란이 있었다. 대리운전 사업 초창기 전국의 모든 행정청은 ‘대리운전기사는 근로자이고 이들은 노동조합을 구성할 수 있고 노동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라고 판단하여 그에 맞게 행정업무를 처리하였다.

어느날 대리운전 협회 임원이 사무실을 방문하여 ‘우리는 대리운전 기사를 고용한 것이 아닌데 행정청이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단체협약에 응할 의무가 있고, 노동쟁의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회사 소속 대리기사 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 소속 대리기사들이 같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같이 몰려와 대리운전 정보제공료(속칭 콜비, 고객의 대리운전요청을 기사에게 알려주고 받는 수수료)를 내려달라고 회사 앞에서 데모를 하고 있어 경찰에 신고하니 정당하게 설립된 노조의 노동쟁의행위이므로 막기 곤란하다고 답한다. 해결책을 강구하여 달라’라고 요청하였다.

변호사는 ‘대리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판례를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하였고, 임원은 ‘변호사가 판례도 만듭니까’라고 하여 ‘판결은 판사가 하지만 어떤 소송을 어떻게 진행할지는 변호사가 선택할 수 있고, 승소를 자신하니 결국 제가 판례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라고 하여 회사에서는 소송 진행을 의뢰하였다. 그래서 ‘회사소속 대리운전기사 중 퇴직금을 달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걸자, 소송을 하면 판결문에 대리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라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갈 것이고 그 판결문을 해당 관공서 및 경찰서에 제출하면 된다’라고 방법을 제시하였다.

그 후 회사는 퇴직금을 달라는 대리운전기사를 상대로 ‘퇴직금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 소송에서 변호사는 ‘대리운전기사에게 따로 월급을 지급한 적이 없고 거꾸로 대리운전기사가 회사에게 매회 3,000원의 정보제공료를 자동출금 방식으로 지급한다, 대리운전기사는 출퇴근 시간의 제한이 없다, 고객 위치 파악을 위한 PDA단말기(당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임)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대리기사 자비로 구입한다’는 이유로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대리운전 기사는 근무시간이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원하는 때에 자유롭게 출퇴근할 수 있고 고정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정금액을 원고에게 예치하고 1건의 정보제공이 있을 때마다 수수료가 자동출금되는 방법으로 수익을 분배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면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 판결문에 대리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언급이 되어 있어 해당 판결문을 관공서, 경찰서 등에 제출하여 현재는 대리운전기사는 공식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고 대리운전기사 노동조합은 불법이라고 인정하여 대리운전회사들의 어려움이 일거에 해결되었다. 현재 ‘대리운전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검색하면 수백 개의 해당 판결 기사가 확인되어 대리운전회사들은 신성한 판결로 떠받들고, 대리운전기사 및 노동계에서는 엄청난 적폐판결로 취급하고 있다.

판사가 판결을 하지만 변호사가 소송을 걸지 않으면 판결을 할 수 없으므로 변호사가 판례를 만든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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