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강화 위해서는 재정확보 선결돼야
보장성강화 위해서는 재정확보 선결돼야
  • 승인 2018.06.0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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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이비인후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지난해 8월 문재인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여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인 소위 ‘문재인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보장성 강화정책을 발표하였다.

문재인케어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는 설전을 벌이고 있으며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의사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에 2차례 서울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하였다.

의사들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적극 동감하는 바이다.

그런데 의사들은 왜 문재인케어를 반대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문재인케어는 재정확보가 되지 않은 포퓰리즘식 의료정책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진료횟수는 14.6회로 OECD의 평균인 6.9회의 2배를 넘는다. 1인당 연간 평균 입원 일수도 14.5일로 OECD 평균인 8.1회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 부담금이 줄어든다면 필연적으로 의료기관 이용률은 더 증가할 것이고 수년후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날 것이다. 실제 국회에서도 2025년 이후면 건강보험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는 포퓰리즘식 의료정책의 말로를 국내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풍부한 자원만 믿고 선심성 의료정책을 펼친 베네수엘라의 예를 살펴 보자.

베네수엘라의 경우 ‘아픈 국민은 국가가 다 치료해주겠다’고 무상의료를 선언하여 국민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현재 의료현실은 비참하다.

야간에 아파도 병원을 가지도 못하며 주간에 방문해도 진료를 받기 위해 수시간씩 대기를 해야 한다. 설령 의사를 만나더라도 한국처럼 전문의 진료는 상상도 못한다. 최악인 것은 의사를 만나 처방전을 받더라도 약국에 약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6년 보장성강화 측면에서 6세 미만 아동의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금을 진료비의 20%에서 0%로 전액 면제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리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에 입원하는 6세 미만 아동이 1년 만에 40%나 증가했다. 결국 이 정책은 도덕적 해이와 심각한 재정낭비 때문에 2년 만에 폐지되었다.

문재인케어가 충분한 재정 확보 없이 실시된다면 위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고 의료체계가 붕괴되어 국민들은 양질의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확보가 최우선 선결과제이다.

재정확보를 위해서는 2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건강보험 총 적립금을 증액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보험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먼저 건강보험 적립금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서 보험금을 추가 징수해야만 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6명이 보장성 확대는 찬성하지만 추가부담은 반대한다고 한다. 정부는 당장의 지지율에만 목매달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는 것을 알리고 설득해야만 한다.

하나 더 정부는 지금까지 미지급한 건강보험 정부지원금을 정산해서 지급하여야 한다.

정부는 2007년부터 담뱃세등에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당 연도 ‘건강보험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에 지원해야 하나 이제껏 편법을 사용하여 과소 추계하여 미지급하였으며 지난 10년간 미지급한 정부지원금은 15조원에 육박한다.

국민에게는 보험료 납부 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재정절감을 위해 손쉽게 사용한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의료공급자인 의사들을 옥죄는 것이었다. 예로 어깨와 허리가 아파 2군데 물리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1곳만의 의료비를 지급하거나 하루당 일정 수 이상 환자 내원시 진료비의 50%만큼만 지급하는 등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재정을 절감하였다.

이런 식으로 정부에서는 오랜 기간 의료공급자를 옥죄여 왔기에 의사들은 정부를 믿지 않고 정부정책에 비협조적이게 되었다. 서로 간에 불신을 초래하는 방식으로 재정절감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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