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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데스크칼럼

대구시의 ‘고객감동 행정’

기사전송 2018-01-02, 2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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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부국장)


새해가 시작됐고, 많은 직장들이 시무식을 가졌다. 어떻게 펼쳐 질 한 해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마다 ‘희망’이라는 낱말을 가슴에 품고 올해가 그 희망들이 잘 펼쳐질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했으리라.

벽두부터 북한의 평창 참가 소식이 전해지고, 대북 협상과정에서 한미의 동맹과 북핵 공조가 이 때문에 시험대에 오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둥 북한의 움직임에 맞춰 각종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시시각각 펼쳐지는 새로운 운동장. ‘올해 역시 숨가쁜 한 해가 되고야 말 것’이란 온갖 요란한 소리들이 새해 벽두부터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방선거 대로 잘 치러야 하고, 개헌은 개헌대로 잘 진행돼야 하며 사회와 경제, 복지와 안전 등등 모든 분야가 올 한 해 몹시 긍정적인 꿈틀거림을 현명하게 해내길 감히 소망해 본다.

대구시의 민원 응대와 관련해 마음 속에 잔잔한 기쁨을 준 일이 있어 소개한다.

작년 9월 중순 쯤이었으니 4개월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이 란에 ‘탁상행정’이란 제목으로 신천 자전거도로 관리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의 요지는 사람과 자전거가 서로 방해받지 않고 다닐 수 있게 지난해 6월께 신천둔치 도로 가운데에 설치한 탄력봉에 관한 것이었다. 길 가운데 잘 설치는 했지만 탄력봉으로 양분된 길 한 쪽으로 사람들은 잘 다닐 수 있어도 다른 한 쪽은 노폭이 너무 좁아 오고가는 양방향의 자전거가 서로 교행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속도가 빠른 자전거 끼리의 사고가 다반사로 일어날 것이 뻔한데도 이런 식으로 도로를 관리하는 것은 현장을 무시한 탁상행정 때문이란 내용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그런 문제에 대한 고발 형식의 그때 그 글이 나간 날 아침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 그 가운데는 신천둔치의 도로를 관리하는 공사의 직원도 있었고, 대구지역 시설물의 안전을 총책임 지는 대구시청 안전관련 최고위급 공무원도 있었다. 그 때 그 공무원은 글을 보고 바로 현장으로 가봤고, 눈으로 보니 과연 잘못된 구조가 맞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전거와 사람을 분리해 통행하게 해 달라는 민원도 만만치 않으니 이미 설치한 탄력봉을 당장 다시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우선은 길 곳곳에 ‘노폭이 좁아 안전운행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경고문들을 설치하겠노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산이 드는 문제여서 당장에 시행 할 수는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해당 도로의 노폭을 넓히기 위해 데크를 설치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해 도로를 보수하겠노라고 덧붙였다.

그 날 저녁부터 신천 자전거 도로 위 문제(?)의 구간에는 벽면과 다리 난간, 보호 펜스 옆 등 곳곳에 ‘노폭이 좁으니 서행운전, 주의 운전을 해달라’는 경고문들이 곳곳에 나붙었다. 물론 도로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 시급하지만, 많은 경고문들로 자전거 운전자들은 주의 운전을 위해 다소 경각심을 갖게됐다.

그 일이 있고 난지 3개월 정도 지났을까? 신천 둔치 그 구간의 노폭을 넓히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 ‘시민들의 불편’이라는 민원에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그 길에 데크를 설치한 것이다. 마침내 민원을 제기한 지 4개월 여 만에 그 좁은 구간 중 가장 위험했던 지점에 번듯한 데크 길이 완성됐고 (비록 두 곳 정도의 노폭이 좁은 구간의 위험이 모두 다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보행자와 자전거를 이용하는 운전자 모두가 편안하게 그 길을 다닐 수 있게됐다.

4개월이란 기간이 짧은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예산을 들여 도로의 구조를 바꾼 걸 감안하면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자치단체가 위험한 요소를 찾아다니며 그걸 없애는 일이 쉬운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이건 아니란 합리적인 민원을 제기했을 때 자치단체의 고위 공직자부터 시의 업무를 위탁받은 공사 말단 직원까지 모두 그 말에 귀를 기울이며 즉각 틀린 것을 바르게 고치려 노력을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대구시의 이같은 자세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 날 아침, 그 공직자가 전화로 한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귓 가에 맴돈다. “바로 현장에 가봤습니다. 과연 그렇더군요. 자전거와 사람을 분리 이동하게 해 달라는 민원 때문에 탄력봉을 설치했는데, 도로 구조가 사고로 이어질 만치 노폭이 좁아져 위험한 곳이 됐더군요. 아무래도 길을 넓히는 데는 예산이 필요한 문제라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반드시 시급히 길을 넓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우선 경고 문구를 담은 현수막부터 좀 걸고요” 그 공무원의 한마디한마디는 그대로 지켜졌다. 다시한번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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