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는 사람
용기있는 사람
  • 승인 2018.01.0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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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사회부장)


존 F. 케네디가 쓴 1957년 풀리처상을 받은 저서 ‘용기있는 사람들’에 나오는 여덟 명의 상원의원가운데 한사람인 ‘루시어스 퀸터스 신시나투스 라마’는 남북전쟁시절 미국 남부의 정치가이다. 그는 1887년 미시시피주의 상원의원으로서 북부를 증오하는 남부지역 유권자와 지역정서에 맞서는 행동을 했다. 갈등과 전쟁을 겪었던 미국 남부와 북부의 관계를 정상적으로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 그는 연방의 정책에 찬성하는 표결에 참여한 것이다. 미시시피주는 지금도 미국의 공식 현충일과 다른 별도의 현충일을 정하고 있을 정도로 연방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지역 주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결정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스스로 단축하는 행위였다. 남북전쟁때 그의 집안에서는 13명이 중령 이상의 지휘관으로 참전했고 라마의 두동생을 포함 7명이 북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처음에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히고 정치인생이 끝났다는 말을 들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의 용기와 진정성에 감동하는 주민들이 늘어났다. 주민들은 다시 그에게 사랑을 보냈고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용기있는 사람으로 칭송받았다. 미시시피가 낳은 최고의 인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높은 위치에서 멀리 바라다 볼 수 있는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국가전체의 끝없는 번영과 미래의 이익을 생각할 때 공인(public man)이 글자 그대로 진정한 의미의 국민의 대표자가 되는 대신에 단순히 선거구 유권자의 명령만을 따르는 종이 된다면 이 나라의 자유와 위대한 이익은 결코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공인의 품격, 김종성, 2017)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사표를 던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대구경북은 과거 하나의 당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지역민들은 그 결과에 자랑스러워했는지도 모른다. 대구의 특산품은 대통령이고 한국에서 가장 큰 섬이 대구경북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잘못 됐다는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고 이제 그만 구속을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촛불집회의 결과로 나온 그간의 정치적 행위들이 지나칠 수도 있다. 지역민들의 마음에는 어떤 앙금과 불안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대구신문을 비롯한 각 신문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세가 예전만 같지않다. 일부 조사에서는 자유한국당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여성과 젊은 층이 한국당을 떠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김상훈 위원장은 최근 이와 관련해 “결과는 납득할 만한 수치”라면서도 샤이보수층을 다시 모으면 전세가 바뀔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TK에서 한국당의 몰락을 단언하기는 이르다. 문재인 정부 국정수행 지지도가 전국은 70%에 이르지만 대구경북은 48.3%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북에서는 한국당 공천이 당선 보증수표라고 한다.

최근 경향신문에 ‘한국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라는 글이 실렸다. 글쓴이는 “2010년 이후 모든 선거에서 보수는 20~40대 유권자층에서 한 번도 이겨 본 적이 없다. 2017년 대선 때는 50대마저 잃었다”고 분석했다. “정치적 의사결정의 핵심으로 떠오른 30~40대 여성에게 자유한국당은 혐오스러운 ‘마초 정당’으로 보일 뿐”이라며 보수의 무기력을 꼬집었다.

이런 변화를 보면 그동안 대구경북의 정치지도자들은 두가지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묻지마 투표에 의존해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지역정서가 그러니 내가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한 부류. 아니면 본인의 생각이 지역정서와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 지역민의 정서는 존중되야 하고 현재 여당의 정책이 모두 다 최선은 아니다. 다만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접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역정서에 어떤 문제를 먼저 감지했다면, 국가와 우리지역의 미래를 위해 지역민들을 설득하고 나섰다면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아직까지 “TK의 생각이 다 옳다”고 한다면 그 정신을 존중한다. 그 신념을 끝까지 지키고 가서 지역의 심판이나 국민의 심판을 받으면 된다. 훗날 훌륭한 정치지도자였다고 평가받을지 누가 알겠나. 미국의 라마는 당대에 가장 용기있는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탄핵의 이유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외면하거나 욕먹을 용기나 미래비전은 없이 ‘우리가 남이가’를 들먹이며 ‘한표 줍쇼’ 읍소전략에 기대는 후보들이 많이 보인다면 이번에도 기대할 것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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