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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데스크칼럼

의욕만 앞서지 않기를

기사전송 2018-02-13, 21: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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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사회2부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창이다.

지난 9일부터 오는 25일까지 전 세계 93개국 2천925명이 출전해 15개 종목에서 4년간 흘린 땀과 갖은 노력의 결실을 얻기 위해 선수들이 치열한 결전을 펼치고 있다.

수 십조원을 들여 3차례 실패끝에 유치한 국제적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지만 지금까지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선수도 아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친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몇 달전만해도 북한의 6차 핵실험, ICBM급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반도 전쟁설(說)이 돌던 험악한 상황에서 ‘백두혈통’ 최초로 한국을 방문한데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까지 동봉한 특사였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 아베총리, 미국 펜스부통령 등 각국의 주요 정상들도 참석했는데 유독 김여정에게 모든 포커스가 집중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경우 격(格)은 차관급인데도 한국의 통일부 장관이 영접을 하고 아베총리와 미국 펜스부통령은 차관이 마중을 하러 간 것, 개막식 이후 열리는 모든 경기보다 온 종일 김여정의 행보를 쫓아 다니며 일거수 일투족을 보여준 언론의 모습 등.

특히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국제적 공조압박을 가하고 있는 혈맹국 미국 부통령과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그들의 언행이 결례(사실 결례일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측도 그들에게 예우에 걸맞게 했는지도 따져봐야된다)라며 비난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동맹국이 어느나라인지 헛갈릴 정도다.

이처럼 UN의 대북제재, 5.24조치 등 국제적 압박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의 친서는 가히 신(神)의 한수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국제적인 올림픽에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린 시점에서 ‘백두혈통’ 김여정을 특사로 보낸것을 보면 북한의 지략이 우리보다 한수 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회한 정치인과 수 십년간 대남전략을 해온 전문가들이 면밀하게 전략을 짜서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북한의 이같은 전략을 모르지는 않겠지만 치밀한 전략·전술보다는 오히려 의욕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치밀한 계산은 이미 남한에서 ‘동맹보다 민족’, ‘하나된 남북한’, ‘김여정의 스타일 따라하기’등 남남갈등의 단초를 만든것만으로도 성과를 거두었다. 여기다 핵개발 완성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 벌수 있으면 북한으로서는 금상첨화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쪽은 어떤가.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은 여건이 개선되면 고려해 보겠다”며 미국과 주변국 관계 고려가 중요하다고 얘기 하고 북한 핵폐기가 있지 않는 한 남북정상회담의 의미가없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일부 정부 고위관계자들은 미국의 이해보다 무조건적인 남북정상회담에 방점을 두는 것 같다. 의욕만 앞선 아마추어리즘이 드러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의욕만 앞서 냉철한 판단이나 미래를 보지 않고 발언한 고위 관계자들의 파장은 또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지난해 1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지난해 11월까지 10~100배 상승할때는 별다른 얘기가 없다가 12월에 들어 법무부장관, 금융위원장 등 고위급 인사들이 투기적인 가상화폐 거래를 막기 위한 의욕만 앞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신규계좌 발급 중단, 양도세 부과 등 말폭탄을 터뜨려 결국 투자자들의 손실과 급기야 자살자까지 발생했다.

4차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블록체인기술과 비트코인의 연계성에 대해서도 오락가락한 발언을 일삼는가 하면 투자자를 투기꾼으로 내모는 등 ‘가상화폐 투기억제’란 목표에 매몰된채 의욕만 앞서 엉뚱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뿐만아니라 유치원에서 영어교육을 못시키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하는 등 의욕만 넘쳐 냉철한 판단과 혜안을 바탕으로 한 정책을 펴지 못한 것이 한 둘이 아니다. 공자는 지도자의 자질로 지자불혹(知者不惑), 인자불우(仁者不憂)를 강조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사람은 근심하지 않는다.

남북한을 둘러싼 국제정세, 남남갈등, 경기침체에 따른 빈부격차 등 사회적 갈등양상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자가 냉철히 판단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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