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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데스크칼럼

쎄 라비

기사전송 2018-05-01, 21: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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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현(사회부장)


남북 정상회담 이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북한에 비해 남한 사람들이 북한을 더 모르고 있다. 북한 사람들은 USB로 남한 예능프로를 보면서 유재석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누가 최고의 공훈배우인지 잘 모른다. 오래동안 차단당하고 살아왔는데 덜컥 정상회담이 열렸고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턱없이 부족한데 앞으로 추진할 각종 사업들이 잘 될 수 있을까. 우리사회 내부에서도 드루킹 사건에서 보듯 여야가 완전 반대의 이야기를 하고있고 언론을 봐도 편을 나눠 다른 나라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는 프랑스가 어떤 나라인지 묻는 이들에게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 아니다. 다른 별에 사는 다른 동물들이 인간의 옷을 입고 다니는 곳이다”라고 얘기한다. 그들이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말해보자.

프랑수아 미테랑(1916~1995) 대통령 부부는 서로를 동반자로 인정하되 각자의 독립된 연애는 인정하고 간섭하지 않았다. 미테랑 여사의 애인(테니스 선수)은 미테랑이 있는데도 집에 자유로이 드나들었다가 미테랑이 대통령이 된 이후 국민정서를 고려해 방문을 자제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대통령시절 부인 카를라 브루니와 동시에 바람을 폈다. 브루니가 연하의 가수 벵자멩 비올레와, 사르코지는 샹탈 주아노 환경부 장관과. 모델 겸 가수 출신인 브루니는 믹 재거와 에릭 클랩턴, 도널드 트럼프 등과 가까이 지냈다. 브루니는 사르코지와 결혼 전 잡지사 편집인과 동거하다 그의 아들인 유부남 철학자와 연애해 아들을 낳았다. 사르코지는 브루니 이전 부인인 세실리아 사르코지를 어떻게 만났을까. 당시 한 도시의 시장으로 세실리아의 결혼식을 집행하던 사르코지는 신부였던 그녀에게 반해 구애했고 결국 각자 이혼하고 결혼했다. 사르코지의 뒤를 이은 올랑드 대통령은 스쿠터 헬멧으로 위장하고 애인(?)의 집으로 들어가다 파파라치에게 걸렸다. 올랑드 대통령은 아직까지 법적으로 미혼이다.

미국도 클린턴의 르윈스키 스캔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만한(?) 일로 대통령이 사과하고 탄핵이 거론되는 것을 프랑스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사르코지와 올랑드의 외도에 대해 프랑스 주류 언론이 아예 다루지 않고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대해 미국인들은 경악한다. 지구인들은 프랑스를 지구 대표 불륜문화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는 미국도 프랑스 못지않은 자유연애가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1968년 5월 혁명이 프랑스인들을 변화시켰다고 얘기한다. 학생, 노동조합, 지식인 등 집회 참가자들은 당시 드골 대통령의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파리시내 구석구석에서 한달동안 개인의 자유를 가로막는 모든 ‘금지된 것’들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대학의 개방, 남녀평등, 기존 정치체제와 보수 가톨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모든 소리가 여과없이 쏟아졌다. 이 세대들이 기존의 틀을 부쉈고 이후 그들의 영향을 받은 자식들까지 자유주의 사상에 물들었다. 6.8혁명 단 하나의 사건이 프랑스를 바꿀 수는 없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파리에는 자유와 새로운 미래를 추구하는 수많은 예술가들과 정치인들이 몰려 들어 사교와 토론으로 밤을 지샜고 그 힘이 68혁명의 기틀이 됐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어린 학생부터 노인까지 자유발언을 하는 공론의 장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곳의 집회는 6.8혁명과 같은 한 나라의 변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지금 언론들은 과거의 잣대로 보면 북한 찬양(?)을 서슴치 않고 있다. 과연 어디까지가 북한 고무 찬양인지 모두가 나와서 한마디씩 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먼저 북한의 실상도 알고 싶다. 정부는 북한의 실상을 공개하고 국민들은 앞으로 어떤 남북교류, 개방이 이뤄져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남북대화와 드루킹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토론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프랑스에도 극우는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도 수시로 가족내부, 지역사회 내부의 토론을 거치며 자기사회가 추구해야 할 상식을 넓은 안목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중고생들은 행복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다. 청년들은 할아버지·할머니가 될때까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그렇게 이별이 헤픈 나라에서 헤어짐에 슬퍼하는 친구에게 해주는 말은 쎄 라비(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다. (참조: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 곽미성.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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