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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데스크칼럼

진실인가 거짓인가

기사전송 2018-05-22, 21: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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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결국 돌아섰다. 우호의 감정이 배신의 확신으로 바뀐 것은 순간이었다. 지난 얼마 간 우리 세 명 중 아무도 북한이 앞으로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런데 북한이 한미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발언을 비난할 때부터 환영의 분위기가 갑자기 식어갔다. 북한이 이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탈북종업원의 송환을 요구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사이의 분위기는 반전되고 말았다. 늘 그랬듯 북한의 돌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공감대만 깊어갔다.

일주일에 두어 번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우리 셋. 불과 열흘 전 만 하더라도 북한의 변화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이번만은 ‘쇼’가 아닐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쇼’라는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무르익는 좋은 분위기에 부정을 타게 할 것 같아 자제하자는 암묵적인 교감도 오갔다. 밥을 먹으면서 약간의 우려는 미뤄놓은 채 조만간 닥쳐 올 북한의 개방에 대해 말했다. 북한 인프라 건설 참여를 통한 우리 건설업계의 돌파구 마련에 중장비 기술이라도 배워둬? 라는 농담도 오갔다. 대동강 변 강남경제개발구에 트럼프타워가 들어설 것이라는 꿈같은 얘기도 현실로 들렸다. 야당 대표가 원색적으로 ‘평화 쇼’라고 비방하는 말을 부정 타는 말이라고도 했다. 심지어 표를 깎아먹을 발언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 우리들의 식탁엔 과거 되풀이 됐던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금강산 관광 중단 사태 같은 것들이 반찬으로 올라와 시종 입에 오르내렸다. 남북관계 변수나 북한 내부의 사정에 따라 돌출상황이 종종 벌어졌던 북한의 지나간 못된 행실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고갔다.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은 무엇일까. 진실이라는 것이 혹시 목표를 찾아가는 절차에 있다면, 그 절차엔 필히 큰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게 아닐까.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절차들을 지켜보면 북한의 다짐들이 과연 진실일까, 거짓일까를 어렴풋이 짐작케 한다.

‘지금까지 북한이 제시한 양보는 진지하다고 볼 수 없다. 가짜 양보이기 때문이다’ 라고 한 어느 외국인 학자의 칼날 같은 분석이 서늘한 느낌으로 다가와 옷깃을 여미게 한다.

지난달 세계의 이목으로부터 가장 밝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남북정상회담의 진실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범수용소와 인권, 핵탄두와 핵시설의 대(對)사찰단 완전 개방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을 살짝살짝 피해 간 지난 남북정상회담. 가짜 양보에 취해 진짜 확인해야 할 구체적인 것들을 얼버무린 회담이 되었다는 말들도 많았다.

고립돼 다급했던 북한이 한국의 손짓에 급하게 응했고, 세계를 상대로 화려한 외교술을 발휘중이다. 북한은 절묘하게도 중국이라는 비빌 언덕에 최대한 기대어 또 과거와 비슷한 음색으로 우리에게 익히 보여줬던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이것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그 장단에 맞춰 비슷한 춤을 춰야 할 지도 모르는 우리는 혹시 잘못된 장단에 어깨를 들썩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달 말 께로 기억한다. 한창 평화 무드가 무르익을 때 즈음이다. 야당의 대표가 “처음부터 이 정권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우려와 걱정을 가지고 지켜봤다. 염려가 모두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입을 모으고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처럼 떠들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고 했다. 그는 ‘깜짝 이벤트는 차고 넘쳤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이 되지 않은 게 바로 그것’이라면서 북핵 폐기 문제에 대해선 단 한 걸음도 진전을 이루지 못해 오히려 과거의 합의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했다. 그땐 이 야당 대표의 회견문을 두고 우리 셋은 ‘가만히 있어도 될 것을, 다 돼가는 밥에 재를 뿌리는 짓’ 이라고 힐난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 염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 해제에 다름 아니라는 이 야당 대표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유리그릇을 품고 급박한 마음으로 미국으로 갔다. 트럼프는 참모진과 측근들에게 위험을 떠안고 계속 정상회담을 진행시켜 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최근 며칠간 질문공세를 퍼부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들길 강하게 희망하는 쪽이 북한일까, 우리일까? 아니면 우리보다 미국이 더 큰 희망을 품고 있는걸까? 중국? ‘에라 모르겠다’하고 내팽개쳐 놓을 수도 없는, 겨레의 수십년 염원이 담긴 이 엄중한 문제 앞에서 나같은 국민은 왜 지금도 엉거주춤 할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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